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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아 Nov 28. 2023

<키리에의 노래>를 보고..

올해 기다리던 영화 중 하나,

이와이 슌지 감독의 <키리에의 노래 : 디렉터스컷 > 보고 왔다.


2시간짜리 본편 감상을 미루고

<FM 영화 음악 김세윤입니다>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님 인터뷰만 듣고,

오매불망 1시간 추가된 디렉터스 컷 개봉만 기다렸었다.

기다리기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나저나 내가 3시간 러닝타임 동안 잘 집중할 수 있으려나?

염려가 되어 일부러 극장에 사람 가장 없을 것 같은

월요일 오후 3시,

비교적 좌석 간격이 여유롭다는 극장 상영관의

양 옆으로 아무도 없던 한 줄 통으로 빈 *열에 있는 중간 좌석으로 예매하였다.


예상대로 극장은 한산했었다.

상영관 안에는 열명 남짓의 관객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곧 어떤 남자가 내 좌석에서 두 좌석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봅다 했는데...


그 남자는 좌석에 앉아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훅 보더니

잠시 후 영화 시작 직전에 티켓을 다시 들추어 보면서

내 바로 옆좌석으로 옮겨 앉았다.


그리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가방에서 딱딱하고 매콤한 냄새가 나는 무언갈 꺼내 계속 입에 넣어 와그작 씹으며 영화를 보다가,

수시로 빨대를 플라스틱 홀더 위아래로 왔다 갔다 끼익 끼익 거리며 마시고,

손과 발.. 몸을 가만히 두질 못 했다.

다리를 꼬았다 몸을 앞뒤로 왔다 갔다...

베드신과 여주인공 속옷 나오는 장면에선 유독 거슬리게 더 끼익 끼익 거리며 음료를 쪽쪽 빨아대시고,. 더 안절부절못하고.


때문에 나는 영화 보는 내내 이 남자는

그 많은 빈 좌석을 내버려두고  왜 내 옆에 앉은 걸까 하는 의문이 가지 않아 몰입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또 있었으니,


영화 시작 전부터 상영관내에서 천둥이 치듯 쿠구궁 쾅쾅 공사판 짐 나르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하면 멈추겠지 했는데..

5분, 10분이 지나도 멈추질 않더니 30분이 지나고

 1시간 동안 간헐적으로 계속 쿠궁 쿠궁..


때문에 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입하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왔더니

극장은 다른 영화 시사회 대기로 완전 인산인해.


아마도 그 층간소음(?)의 원인이 그 무대 준비 때문이 아니었나 싶었다.


뒤늦게라도 극장 측에 컴플레인을 호소해야 하나 싶었으나

작품감상에 몰입을 위해 세 시간 러닝 타임 내내 안간힘을 쓰느라

멘털 탈탈 털리고 완전 녹초가 돼서... 그냥 쉬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서둘러 코엑스몰을 빠져나가려는데..

나보다 더 성질 급한 한국인이 한 둘이 아니었다.

좁지도 않은 길을 굳이 바싹 붙어서 밀어 붙이고 부딪히며 가야 하나?

맞은편에는 여왕님 임금님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정중앙으로 걸어오고..


어렵게 출입문 도착하여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문밖에서 어떤 느긋한 여자가 날 보더니 잡으려던 문고리에 손을 내리고 가만히 서 있다.

내가 문을 열면 몸만 빠져나가려는 심상이 문 밖에서도 읽힌다. -이것이 30년 이상 묵은 한국인의 짬밥. 그것도 모르고 20대엔 십여분을 내가 연 문 사이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는 문지기처럼 지켜보는 게 부지일 수였지..-


정신없이 퇴근 지하철에 올라타 ”빨리 집에 가라... “ 하고 집에 왔다.


오자 마자 허기져서 레토르트 식품 아무거나 꺼냈는데,

해동시키는 동안 그냥 기절해서,

새벽 2시를 앞두고 우리집 층간 소음에 깨서 일어났다. -이젠 익숙해진..-


일어났는데도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이대로 잘 수도, 깰 수도 없는 이 기분...

멍 하니 있다가, 곧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라디오 할 시간이니까... 처음으로 글 몇 자 남겨 봤다.


평소에도 새벽에 말똥말똥 하긴 한데..

오늘은 해동시켜 둔 레토르트 식품 먹으며 유독 더 아주 말똥말똥한 컨디션으로 밤을 새울 듯..


그래서 나의 오늘의 영화 한 줄 평은?

 ‘3시간이 아니라 3분으로 충분했었다.‘


영화는 마치 3분짜리 영상을 억지로 3시간으로 늘려 놓은 것 같았다.

이와이슌지도 미야자키하야오처럼 뭔가 집대성해 놓고 싶었는지, 그저 과거의 작품들을 짜깁기 한 느낌이었고,

근래 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가려는 느낌이.. 이와이슌지의 장점을 이도저도 아니게 만드는

느낌을 들게했다.


작품 속 여주인공은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아이유랑 판박이.

그점도 작품에 몰입 할 수가 없게 했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조연들 연기도 어설펐고,

내가 전보다 세상을 더 살게 되어서 인 건지..

상황조차 억지 설정이란 생각이..


이와이슌지의 감성은 여전히 십 대적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러나 청춘의 감성을 청춘 시절에 표현하였을 때는 간지였는데..

이젠 좀 징그럽게 느껴졌다.

-바로 옆 좌석에 앉은 남자 영향도 있었을지도..-


이젠 그저 늙은 남자 감독이  여배우에게 온갖 판타지를 다 갖다 씌운 느낌이랄까나..

벗기고 춤추고 노래하게 하고..

-뭐 그런 거라면 성공이긴 한 거지만.. 정말 여배우 얼굴, 목소리만 확 각인이 되어서..-


그냥 명작 제조기 이와이슌지의 첫 망작을 보게 된 걸로 의미 있었다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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