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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Dec 27. 2019

알래스카 크루즈를 꿈꾸는 당신에게

'크루즈'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다



자신의 특별한 생일날, 친구들과 함께 알래스카 크루즈를 타고 생파를 하는 것이 미국 시니어들의 꿈 중 하나라고 한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그만큼 미국인에게도 특별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일년에 딱 5개월 정도만 가능하다는 알래스카 크루즈. 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지도. '알래스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이 있다. 무언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세계, 모험이 가득한 곳. 수 백개의 강과 호수, 그리고 빙하와 얼음으로 뒤덮인 땅, 여름에만 간신히 야생화들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곳. 그 꽁꽁 얼어붙은 땅에 봄 같은 여름이 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슬슬 기지개를 편다. 유빙 위에는 하얀 북극곰이 있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에는 연어들이 한 가득 상류를 향해 기를 쓰고 올라간다. 이런 틈새를 타 마을 크기에 육박하는 멋진 크루즈선들이 슬며시 알래스카 땅에 접촉을 시도해본다. 아름다운 땅.



멀리 보이는 크루즈선 셀러브리티 밀레니엄
알래스카



 여행과 일상의 묘한 경계, 알래스카 크루즈


알래스카 크루즈를 타보니 크루즈 여행은 무언가를 구경하러 가는 것을 넘어선, 하나의 새롭고 흥미로운 문화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그 나라의 문화가 있듯, 크루즈를 타면 크루즈에서만 존재하는 크루즈 문화가 있었다. 크루즈 문화를 하나씩 배워가며 새로운 영역의 여행에 눈을 떠 가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아침 조깅이나 산책은 크루즈의 라인을 따라 찬바람을 맞으며 알래스카 바다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아침을 먹고 기항지에 내리면 또 새로운 세상이었고 저녁에 돌아와 나비넥타이를 메고 정장을 차려입고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디너를 즐기는 것도 특별하다. 밤에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쇼가 열린다. 간판에서 따뜻한 담요를 둘러싸고 영화를 봐도 좋다. 헤드폰을 끼고 국적에 상관없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댄스타임을 갖는것도 색다르다. 여행인 듯, 일상인 듯 묘한 경계 속에서 크루즈에서만이 가능한 색다른 문화를 경험한 것은, 어쩌면 여행에 지친, 그리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완전무결한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여행이 아닐런지.


빙하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이 좋은 이유


두말할 것도 없이 완전체의 휴식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볼까, 무엇을 먹을까, 어디에서 잘까, 어떻게 이동할까. 이런 모든 고민을 크루즈 선이 해결해준다. 하지만 모든 일정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이 아니라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쉬면 그만일 뿐. 크루즈선에 탄 모든 이들이 하나로 움직이지만 크루스 선사의 큰 규칙안에서는 무한 자유가 허락된다. 또한 이천명에 달하는 크루들의 극진한 서비스가 휴식과 힐링 여행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크루즈 선사가 다니는 바다길의 풍광이 수려하고 기항지들이 자연 플러스 마을 느낌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육로로는 쉽게 갈 수 없는 빙하에 접근하기도 하고 또 역시 육로로는 여행이 불가한 마을에 도착한다. 사실 크루즈에서 내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다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마치 7박 8일간 유명 관광지에 유람선을 탄 듯한 느낌이다.


모든 크루즈선에 해당되겠지만 먹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음식의 퀄러티가 훌륭했고 하루종일 제공되는 부페 레스터랑은 엄청난 메뉴를 자랑하지만 그것조차도 시간대별로 빠르게 바뀌어 정말 먹는 것의 신세계에 빠지게 된다. 또한 디너는 크루즈선을 예약할 때 테이블을 예약하는데 자리에 앉아서 서빙을 받으며 천천히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것도 매일 메뉴가 바뀐다. 또한 24시간 룸서비스로 음식과 음료 주문이 가능하다는 사실. 먹는것에 있어서는천국 중의 천국임이 틀림없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에 이만한 것이 없다. 내가 탄 크루즈는 김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워낙 다양한 요리들이 나와서 고추장만 챙긴다면 토종 한국 입맛도 식사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또한 크루즈에서 내리는 기항지들이 크지 않아서 어르신들이 천천히 걸어서 돌아보기에 좋았다. 혹시라도 피곤하여 내리지 않고 크루즈선에 남아 있어도 따뜻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며 쉴 수 있어서 참 좋은 듯. 부모님은 대대만족하심.



연어는 정말 실컷 볼 수 있어요
알래스카 집들은 알록달록
기념품샵이 많아요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단점


알래스카 크루즈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전화도 안되고 문자도 안된다. 유심도 사용할 수 없다. 크루즈 로밍은 가능한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비싸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비용을 내야하는데 7박 8일간 100~140달러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한명이 산 것으로는 딱 그 사람 그 기계에만 사용가능했다. 기항지에서 내려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싶었는데 또 딱히 맥도널드 이런 곳도 많지 않았서 사용이 어려웠다. 미리 인터넷을 사지 않아 7박 8일간 좀 답답한 감이 있었다. 나중에 선사안 면세점에서 맥북을 구입했는데 맥북을 구입하면 24시간짜리 와이파이 사용권을 준다. 정말 단비같은 선물이었다. 와이파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은 꼭 미리 구입할 것. 선사에 따라서는 와이파이 패키지가 보너스로 들어있는 곳도 있다. 잘 살펴볼것.


크루즈에는 드레스코드가 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디너 식사 시간이나 파티 등에는 드레스코드가 있다. 적어도 세미정장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 기항지에서 돌아와 다시 옷을 갈아 입고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문화가 난 좋았지만 어르신들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밥 한끼 먹으며 왜 굳이 나비 넥타이 메고 먹어야 하냐며;;; 하지만 드레스코드는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예쁘게 차려입고 맛있는거 먹는거 실은 참 좋았다.


기항지 투어 요금이 비싸다. 크루즈 선사내에서 진행하는 기항지 투어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껴졌다. 미리 크루즈 출발 전에 예약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또 굳이 투어를 하지 않고 셀프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도 많다. 예산에 맞춰 현명하게 할 것.


내가 꼽는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최대 단점은 살이 찐다는 것. 음식의 질이 좋고 다양하고 서비스도 좋아 정말 이지 많이 먹게 된다. 잘 관리하며 나름 억제해서 먹었는데도 2kg이 증가했다.ㅜㅜ 정말 살이 안찔수 없는 환경이다. 다음에 또 타게 된다면 일단 살을 빼고 가서 실컷 무제한으로 즐기고 싶다. ㅎㅎ



크루즈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인 맛있는 음식들

 

케치칸
숲도 있어요
이런 풍경을 벗삼아 크루즈선이 나아간다



인생에 한번 쯤 크루즈 한번 타도 참 좋겠다 싶었는데 타보니.....더더더 또또또 타고 싶어진다. 이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 크루즈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고 나니 자꾸 다른 곳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더라도 여력이 있다면 이렇게 크루즈를 타고 편하게 여행할 수가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다시 또 타게 되면 더 잘 즐길 수 있을거 같다. 처음이라 어리버리한 면도 있었고.

아름다운 알래스카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무너져갈까봐 걱정이 된다. 점점 더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하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언젠가는 한겨울에도 알래스카 크루즈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ㅜ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잘 유지되기를.


알래스카. 내가 그린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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