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아이가 옆에 앉아 있다.
운전대 위에 놓인 손가락이 까딱까딱 절로 춤을 춘다.
고민의 순간이다. 방향지시등, 이걸 켤까 말까.
켜면 저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 안 켜면 직진이다.
우회전은 동네 마트 가는 길, 직진은 곧장 집으로 가는 길.
그래서 나는 종종 그 삼거리가 보일 때부터 세 손가락을 운전대에 도로록 도로록 두드리며 거의 매일 고민을 한다.
켤까 말까,
마트로 갈까, 그냥 집으로 갈까.
아무 말은 없다.
옆에 앉은 아이도 마찬가지.
겉으로 보기에는 말없이 집으로 가는 그런 고요한 순간일 뿐이다.
그런데 그때 옆에 앉은 아이가 한 마디 한다.
“그냥 켜.”
깜짝 놀라 내가 묻는다.
“어? 어떻게 알았어?”
“맥주 마실 거 아니야?”
“어, 그, 그래. 맞아. 아무래도 한잔 하는 게 낫겠어. 그치?”
이러면서 신나게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딱 한다!
그렇게 맥주 두 캔과 레몬 아이스티를 사서 집에 도착한다.
그렇게 사온 맥주는 왜 더 맛있나 몰라.
기분이 좋으니 그렇겠지.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을 아직 옆에 태우고 다닐 수 있으니 말이다.
간혹 자기 전에 알딸딸한 기운을 빌려 아이 침대에 나란히 눕기도 한다.
누워서 수다를 떨다가 기분이 좋으면 아이는 연애 이야기도 술술 해준다.
함께 뒹굴며 깔깔거리는 그 순간, 딸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그렇게 수다를 떨다 돌아와 나도 기분 좋게 잠이 든다.
내가 그 아이의 엄마여서 고맙고, 그 아이가 내 딸이어서 고맙다.
어느새 이렇게 자라 친구가 되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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