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는 글은 나중에 뒤적여볼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작년에는 무척 심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여서 글을 남기지 않으려다가 작년 글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마찬가지로 올해는 귀찮아져서 쓸 생각이 없었는데 작년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우울함이 덕지덕지 묻어 나올지언정 그 자체로 의미는 있단 생각에 또 써보기로 한다. 열두 달을 또 치열하게 보내고 2019년을 맞이할 내게 남기는 선물 같은 거랄까.
1.Career
올해 1월에는 'T2 오픈'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해결했다! 오픈 일주일 전에는 도대체 이 상태로 가능하단 말인가 의심스러웠는데 이 곳은 한국이었다. 한국인들의 저력이란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데 뭔가 있는지, 참 놀랍고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그 해 겨울바람만큼이나 매섭고 고단한 시간들이었지만 다행히도 봄이 지나고 나선 생각보다 빨리 많은 게 안정됐다. 정말 쉽지 않았고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에 때로는 밉고 때로는 예쁜 T2였다. 문제는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상반기엔 병원 다니느라 바빴고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내게 큼지막한 업무를 넘기지 않았다. 스스로도 쉬고 싶었단 생각이 많이 들었기도 했고 집 나간 워라밸을 찾아와서 읽고 싶었던 책, 하고 싶었던 활동 하며 하반기를 보냈다.
2.Favorites
16년이나 17년은 비교적 뚜렷한 목표를 세웠는데 생각해보니 18년도는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았다. 하지만 달력을 살펴보니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놀고 즐겼다. 역시 나는 호모 루덴스인 게 확실하다. 그래도 아쉬우니까 한 줄로 정리해보면 올해의 키워드는 콘서트였나 보다. Kate Perry, Disclosure, Harry Styles, Seoul Jazz Festival,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Franz Ferdinand, The Weeknd, Dear Cloud 그리고 이진아까지! 하나같이 돈이 아깝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런 순간들로 일상을 버티는 게 아니냐던, 유희열 씨의 말이 진심으로 공감되는 한 해였다.
3.Family and Health
올해 가족 이슈만큼은 가장 신경 썼다. 무엇보다 경사가 많은 해였기에 내게 과업(?)이 몇 가지가 주어졌다. 일단 3월엔 큰삼촌 환갑 기념으로 큰삼촌과 부모님을 모시고 오사카를 다녀왔고, 10월엔 아빠 환갑 기념으로 부모님과 유럽을 다녀왔다. 유럽 여행은 장장 1년에 걸쳐 준비했다. 자유여행이라니까 다들 걱정스러운 얼굴로 패키지로 갔다 오라고 조언해줬다. 무슨 마음으로 걱정해주는지도 알았고 심지어 한 여행작가분이 부모님과 여행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아니라 '걸어서 환장 속으로'라고 정리한 글을 보기도 했었다. 실로 환장할 만큼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나중에 따로 글로 남길 거지만 단순히 효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속앓이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반대로 건강에 있어서는 가장 소홀했던 한 해였다. 여러 군데에서 멀쩡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와서, 다양한 병원을 참 여러 번 들락날락거렸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수술이나 약물 치료 대신 생활습관 개선 정도로 진단을 받은 것. 술도 담배도 멀리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커피마저 멀리해야 했고 운동을 가까이해야 했다. 이제는 슬슬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기도 하다.
올해의 버킷리스트 10가지를 간단히 슥슥 적어보았다. 1월 중반이 지난 지금 10가지 중에서 벌써 5가지는 착수 단계에 들어가서 나름대로 뿌듯하다. (수줍) 나머지 5가지도 이뤄나갈 수 있기를 - !
1. 주 3회 운동하기
2. 영국 락페스티벌 가기
3. 어학 자격증 따기
4. 한 달에 책 2권 읽기
5. 로컬 서점 5곳 들리고 감상 쓰기
6. 사회공헌 단체 정기 후원하기
7. 가족과 여행 가기
8. 스냅사진 찍기
9. 플라워 클래스 다니기
10. 이직 준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