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귀여운 생명체
올 여름에서야 만2살이 되는 나의 조카 꼬숭이는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말이 트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원래도 귀엽기 짝이 없는데 더욱 귀여워졌다. 카카오스토리는 누가 다운받나 했는데 꼬숭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기 위해서 열심히 업데이트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최근엔 꼬숭이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강렬해진 사건이 있었다. 친구가 에버랜드 입장권을 몇 장 줬는데 친구랑 갈까 하다가 꼬숭이가 생각나 새언니에게 연락했다. 원래는 오빠네만 편하게 갔다오라고 표를 부쳐줄 생각이었는데 나도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고 하길래 기쁜 마음으로 수원을 내려갔다. 하룻밤 자고 그 다음날 에버랜드를 갈 요량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지던데 오늘은 무슨 말을 들려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방문했다. 놀랍게도 몇 주 전까지는 날 이모라고 부르더니 새언니의 교육 덕분에 '이모 아니고 고몽'이란 호칭을 듣게 됐다. 사실 뭐라 불리든 자그만한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늘 반갑지만 말이다.
아무튼 꼬숭이와 함께 잠들고 다음날 아침 8시쯤에서야 깼는데 옆을 살펴보니 꼬숭이가 이미 잠이 깬 상태로 눈을 꿈뻑꿈뻑 깜빡이며 앉아있었다. 새언니는 이미 일어나고 거실로 나간 모양인지 자리에 없었다. 문득 엄마가 옆에 없어서 꼬숭이가 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곧 엄마가 어딨는지 묻기 시작했다. 거실에 있을거라고 했더니 엄마에게 가자며 내게 푹 안기던 순간. 살짝 캄캄한 방 안에서 빛나는 꼬숭이의 눈망울을 볼 때. 굉장히 새롭고 묘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런 경계도 없이 그저 내게 온전히 의존하는 존재라니!
참으로 오랜만에 감정의 프리즘에서 새로운 색을 발견했다. 이런 뭉클한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틈만 나면 꼬숭이의 사진과 영상을 쳐다보면서 우습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스티비 원더가 딸을 생각하며 isn't she lovely를 만들고 불렀다는 일화는 참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꼬숭이를 보면서 특히 그 마음에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정하고 애교섞인 말과 표현이라곤 영 거리가 먼 나도 꼬숭이와 놀기 위해서라면 어느 순간 혀짧은 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