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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Mar 30. 2016

자소서와 자조서의 사이

이 또한 지나가는 걸 알지만, 그래도 힘든 취준생의 넋두리와 셀프 격려

나는 글을 쓰면서 동시에 글 쓰기를 갈망하고 있다. 전자의 글은 자기소개서고, 후자는 자기소개서가 아닌 글이다. 나는 더 이상 자기소개서를 쓰고 싶지 않아 무작정 브런치를 켰다. 내일 내야 할 2개의 자소서에 한 문장도 쓰지 못했지만 말이다.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과 직무의 자기소개서도, 눈앞이 컴컴해져 쉽사리 타자를 치지 못하곤 한다. 나는 근 한 달간 자기소개서라는 녀석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몇 시간째 쓰고 몇 번이고 고치면서, 자소서가 아니라 자조서처럼 읽히는 글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도 자소서를 쓰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가끔은 합격자 스펙을 보며 '이 곳은 내게 너무 높구나, 붙기 힘들겠다'라며 스스로를 낮추며 안 쓰는 경우도 있다. 근래에 가장 우울해지는 순간은 이 때다. (물론 주제를 파악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짓는 건 미련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해왔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집적 그 신념을 내려놓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마음을 좀 달래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수능 때도 느꼈지만, 결국 이 순간도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버릇없는 소리지만 주위의 격려와 응원도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시기. 자조와 무기력은 하등 도움되지 않는 시기. 내가 나를 달래고 채찍질까지 해야 하는 변태적인 시기. 하지만 지나고 나면 어깨의 결림도 눈꺼풀의 무거움도 기억나지 않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순간의 불안감으로 나를 얽매이는 짓은 하지 말기로 다짐을...! 그리고 이렇게 하소연과 허세로 점칠된 글을 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준 노래를 소개하며 오늘의 글은 마무리.


So many people telling me one way
내게 한 길만 말하는 많은 사람들
So many people telling me to stay
내게 머물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Never had time to have my mind made up
결심할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
Caught in a motion that I don't wanna stop
멈추고 싶지 않은 순간에 사로잡혔어
That I don't wanna stop
멈추고 싶지 않은 순간에

The whitest boy alive - Burning 

P.s. 얼른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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