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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el May 31. 2017

참을 수 없는
결혼식의 가벼움

소소하더라도 생생한 시간이었으면

나는 모르는 으른의 사정이 있겠지만, 예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으레 행해지는 전형적인 결혼 문화가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특히 2시간 남짓 되는 결혼식은 호스트로서도 게스트로서도 씁쓸하고 허무하기만 했다. 가령 친오빠의 결혼식에선 각 종 의례의식에 치여(?) 진정으로 기쁘고 벅찬 감정을 느낄 틈조차 없었던 점이, 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땐 내가 왔는지 기억이나 할까 의문이 들었을 때가 씁쓸했다. 

하루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 결혼식을 갔다 오고 나선, 내게 원래 이렇게 짧고 허무하게 지나가는 건지 내게 물었다. 자기네 나라에선 보통 하루 종일 가족, 하객들과 시간을 보낸다면서 진심으로 아쉬워하는데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사람에게 얘길 들었으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뭐 각자의 취향이 있고 선택권이 있지만, 적어도 스몰웨딩을 원하는 커플들이 갖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못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돈을 뿌린 만큼 거두고 싶은 혹은 체면을 차리고 싶은 부모님 세대의 인식이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서, 결혼식이 보다 신랑 신부를 위한 시간으로 여겨지면 좋겠다. 나라면 결혼식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보단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족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것 같다. 동영상으로 남기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생생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의견에 동조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내 부모님을 포함해서 말이다.

예식장 잡기 가장 어렵다는 5월,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있었나 곱씹어봤지만 그저 축의금 봉투 잔뜩 전달받아 배달했던 기억만 남아 아쉬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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