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el Aug 11. 2018

연애의 잣대
혹은 줏대

IDGAF

싱글의 삶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익숙하고도 지긋지긋한 잣대질을 당하곤 한다. '도대체 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연애를 안 하니?' 자고로 잣대질이란 말은 본인의 잣대를 삿대질하듯이 타인에게 들이미는 행위를 뜻하는 나만의 단어다. 오늘은 다양한 연애의 잣대들로부터 아슬아슬 버티고 있는 나의 줏대를 응원하고자 글을 쓰려한다.


    살면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작고 크게 변하곤 한다.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드는 생각이 몇 가지 있다. 그중의 하나가 '사랑은 선택'이다. 누가 사랑을 하건 말건 대상이 누구든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이성, 동성, 연예인, 동물, 자기 자신 등 사랑할 대상을 고르는 건 나의 온전한 자유인데 이걸 동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쉽사리 잣대질을 한다. '연예인이란 환상에 빠져서 연애를 못하다니 정말 한심하다'가 접하기 쉬운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반려견을 기르는 걸 반대하는 나머지 결혼을 물렀다는 글에선 '개 때문에 미쳐서 사람을 버리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반응도 자주 보인다. 나는 주로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연애를 안 하는 건 인생의 낭비다'라는 처형대에 놓인다. 그 뒤에 소개팅도 해보고 주변 사람도 알아보는 등 더 노력을 해보란 말은 짝꿍처럼 붙는다. 그놈의 연애! 이제는 연애가 필수인 세상에서 탈피할 때도 되지 않았나?

    다양한 상황에서 '싱글의 나'는 농담거리로 쓰인다. 물론 내가 앞서서 연애 고자라며 자학 개그 겸 말할 때도 있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볍게 쓰이는 정도는 용인하는 편인데 근래엔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다. 워낙 친하고 거친 농담도 잘 주고받는 사이라지만 노력하는 거에 비해 연애를 못하니까 무능해 보인다란 소리까지 듣자 충격받았다. 설령 이게 팩트라 해도, 당사자로서는 농담으로 듣기엔 지나친 거 같아 불쾌한 마음을 밝혔다. (참고로 무능이 트리거 워드이기도 했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이런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꼭 내가 겪었나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나이 든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또래들이 쉽게 말을 내뱉는 걸 보면 놀랍고 씁쓸하다.

특히 회사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젊은 청춘 남녀가 회의실에 앉아있기만 해도 '잘해봐라'는 훈수를 건네는 꼰대들은 거의 NPC처럼 존재한다. 나만큼이나 재밌게 지내는 친구 A는 때로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는 훈수 때문에 연애를 해야 되나 싶었다고 한탄했다. 그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연애에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이 많은데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에겐, 또 비혼주의자들에겐 얼마나 진절머리 나게 잣대질을 당할까? 20대에 뜨겁게 연애하고 30대에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자식을 낳지 않으면 용납을 해줄 수 없는 걸까? 


    잣대질을 하는 이들에게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연애하고 있는 내 삶은 대체로 아름다울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마주하고 자아내는 일상이 이미 충분히 다채롭고 반짝반짝거리기 때문이다. 흥이 나서 혼자 재즈바를 냉큼 가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심야영화를 보고 주말마다 공연을 즐기고 서점에서 책도 읽었다가 레고를 조립하고 애타게 찾던 LP를 기어코 구하고 마는 스스로가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이를 같이 나눌만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연애를 하고 싶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노력하고 싶을 때가 되면 노력해야겠다. 이게 내가 세운 연애의 줏대라 할 수 있다. 호호.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에 듣는 앨범 둘(또는 셋)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