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구, 아직도 발견 못했지?"
"응? 뭘?"
"내 그럴 줄 알았지... 에이고, 반지 좀 빼 봐."
결혼 이후, 결혼반지 말고 우리는 작은 링 반지를 맞춰 끼고 다녔다. 서로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간단한 반지 하나로 충분했다. 5년에 한 번씩 디자인을 바꿔가며 커플링을 맞추고 지난 반지는 다시 함에 넣어 보관하곤 했었다.
그해, 5월 우리는 25주년 기념 커플링을 맞췄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햇수로는 25년째고 다음 해가 25주년인데 이상하게 남편이 고집을 부려서 커플링을 맞췄다. 그것도 가격이 제법 나가는 것으로. 그 커플링을 끼고 다닌 지 몇 주 지났는데, 남편이 뜬금없이 나의 무딤을 지적한다. 뭘 발견했어야 하는 거지?
반지를 빼고 반지 안쪽을 눈 앞에 갖다 보여준다. 자세히 보니 커플링 안쪽에 이름이 새겨 넣어져 있다.
"어머? 이건 뭐예요? 또 언제 이렇게 이름을 새겨 넣은 거야? 어머, 너무 이쁘다, 좋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팔랑팔랑 좋아한다.
사연은 이랬다. 우리가 함께 심플한 디자인으로 고르고 며칠 후 찾으러 가기로 약속한 날 사이에 남편이 샾으로 전화를 걸어 이름을 새겨 넣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깜찍한 행동을 잘하던 사람이다. 그래 놓고는 내가 깜짝 놀라 큰 목소리로 이게 뭐냐고 묻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난 남편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난 언제나처럼 워낙 무딘 사람이었으니까.
우리의 그 마지막 커플링을 다시 찾아 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내 손가락으로 옮겨 낀 두 개의 커플링을 들여다보면 눈물을 참을 수 없어 그냥 잘 보관해 두었었는데, 다시 찾아 끼고 싶어 졌다. 쌍가락지가 되어버린 그 반지를 말없이 들여다보면 남편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남편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25주년 커플링을 미리 맞춰 나눠 끼 자고 했을까? 그 반지 안쪽에는 서로의 이름을 새겨 넣는, 안 하던 일을 했던 것일까? 그는 다음 해에는 내 손가락에 25주년 기념 커플링을 맞춰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나 했던 것일까? 믿기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이 반지는 나에게 자꾸 질문을 하게 한다.
반지를 가만히 만져보면 남편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