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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샘 Jan 15. 2021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 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스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김훈


아침,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의 김훈 편을 읽으면서 저 문장에 붙들렸다.

깜깜했던 주위가 어느새 환하게 밝아졌고, 아직도 나는 저 문장들을 읽고 또 읽는다.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느껴지지 않으려면 30년쯤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슬픔이라는 것은 시간 속에서 풍화돼 없어진다니, 절절했던 사랑도 잊혀가고 없어진다니 참 고마운 일이다.

계속 이런 아린 아픔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건 벌일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직 끌어올려 말하지 못한 것은 자책이었다.


그를 너무 믿어 버렸다는 자책,

고집스러운 사람이니 내가 잔소리를 한다고 듣지 않았을 것이라 내 버려두었다는 자책,

일찍 들어오라고, 운동을 좀 하라고, 술 종 그만하라고 잔소리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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