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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May 12. 2024

검찰청 참여계장의 하루

나는 오후에 조사해야 할 구속 피의자 송치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다. 피의자는 몽골인이었다. 통역인이 필요했다.


"실무관님 몽골어 통역하시는 분 연락처 아세요?"

"예 저번에 다른 방에서 불렀던 통역사 전화번호가 있어요. 제가 메신저로 연락처 보내 드릴게요"

   

나는 실무관이 보내온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려다가 멈추었다. 몽골인이 통역 없이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경찰관의 수사보고서를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사건기록을 검토했다. 몽골인의 죄명은 상해와 절도였다. 기록 사이에 들어있는 CD를 꺼내어 몽골인의 범죄 영상을 보았다. 음성이 없는 영상을 보아도 금세 이해가 되었다. 몽골인은 편의점에서 빵과 과자를 훔치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켰다. 아르바이트 대학생은 몽골인의 주변을 돌며 훔친 물건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자 몽골인은 물건을 찾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두 손으로 밀었다. 아르바이트 대학생은 뒤로 넘어졌다. 영상을 보면서 사건기록을 뒤져 대학생이 제출한 전치 2주 진단서를 찾았다. 조사가 길어지지 않을 사건이었다. 다만, 조사가 모두 끝이 난 후, 몽골인을 교도소에 호송해야 할 경찰관을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하려면 조사를 신속하게 끝내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다. 나는 조사에 필요한 핵심 사안을 요약하고 오후가 되기를 기다렸다. 오후가 되어 송치서 경찰관이 몽골인 피의자를 데리고 검사실로 들어왔다. 몽골인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형사님 피의자 수갑을 풀어주세요.”

“계장님 조사가 길어질까요? 제가 오늘 일이 많습니다 경찰서로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서요.”


경찰관은 경찰서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일반적으로 구속 송치되는 당일에는 인정심문을 비롯하여 구속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이 있는지, 범죄 혐의 인정 여부 등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조사를 한다.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나면 송치서 경찰관은 피의자를 관할 교도소에 입감을 한다. 입감이 되면 경찰관의 역할은 끝이 난다. 피의자가 교도소에 입감이 되면 검찰의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교도소에 피의자를 수감시켜 놓고 필요에 따라 출정이라는 절차를 통하여 검찰의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관례를 잘 알던 경찰관은 수갑을 풀고 본격적인 수사를 하려는 참여계장의 말에 놀란 것이었다. 얼른 피의자를 교도소에 데려다 놓고 빨리 경찰서로 돌아갈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그래요? 그러실 것 같아서 제가 오전에 조금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조사는 2시간 안에 끝날 것 같습니다. 지금 간단하게 조사하고 내일 다시 불러도 되는데..... 외국인이라 출입국관리국에서 다음 절차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빨리 마무리해야 다음 절차가 진행이 되니까요 조금만 양해를 바랍니다."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담당 경찰관이 제법 말이 통해서 다행이었다. 경찰관은 몽골인의 수갑을 풀었다. 경찰관은 검사실을 나가 경찰관 대기실로 갔다. 나는 몽골인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몽골인의 팔뚝 굵기는 일반인 팔뚝 굵기보다 두 배는 두꺼웠다. 몽골인이 살짝 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나가떨어진 것이 이해가 되었다. 몽골인이 더 힘껏 밀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커피 한잔 드릴까요?”

“예 가사 하니다.”   


나는 커피믹스 두 잔을 종이컵에 탔다. 한잔은 내가 마시고, 다른 한잔은 몽골인에게 주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몽골인에게 가벼운 대화를 건넸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보고 싶어요. 가고 싶고, 하지만, 돈이 없어.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애들 학교 가"


나는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몽골인의 손을 보았다. 몽골인은 손을 떨고 있었다.   


“추우세요?”   


몽골인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몽골인의 두려움을 눈으로 보았다.    


"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어요?"

"배가 곱팠써요."

"월급 받았잖아요. 돈으로 사 먹으면 되지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지."

"사장이 돈 안 줘. 세 달 안 줘"


나는 왜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했다. 잠깐사이 편의점 사장의 조상 중 하나가 병자호란 때 몽골인에게 화를 입어 조상의 원수를 갚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식사하셨어요?"

"경찰 먹음"


나는 몽골인에게 범죄사실에 대하여 차근차근 물었다. 몽골인은 묻는 질문에 대하여 최대한 성실하게 답을 했다. 나는 대화를 모두 마치고 둘이 나눈 대화를 활자화했다. 나는 키보드를 끌어당겨 두드려 조서작성을 마무리했다. 작성된 조서를 몽골인에게 보여주었다.   


"한국어 읽을 줄 알죠?"

"예 읽을 줄 알아"

"선생님이 글을 읽다가 본인이 한 일이 아닌 내용이 적혀있으면 바로 이야기하세요."


몽골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한참 동안 조서를 모두 읽은 몽골인은 조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이 이야기 한 대로 모두 적혀있지요?"   

"예"   


나는 검사에게 조사가 다 되었다고 하며 기록을 주었다. 나는 몽골인을 일으켜 검사책상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검사는 몽골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검사는 계장님 조사 마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몽골인에게 조사받던 원래 자리로 돌아오라고 했다.


"이제 몽골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알아요"


몽골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출입국관리국에서 선생님을 추방할 거예요 알고 있지요"


몽골인은 또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책상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하얀색 봉투를 찼았다. 나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다섯 장을 꺼내어 봉투에 넣어 봉투를 몽골인에게 주었다.    


"저는 몽골에 있는 교도소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한국 교도소에서는 과자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훔치려고 했던 빵 하고 과자 사 드세요 먹고 싶었던 빵과 과자 사드시라고요"    


나의 말을 들은 몽골인은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여러 번 끄덕였다.    


"선생님 내 부탁하나 들어주세요. 몽골로 돌아가신 후에 혹시라도 몽골에서 길을 잃었다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한국사람을 보거든 저를 생각해서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런 사람 있으면요 제 부탁 들어주실래요?"


몽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경찰관 실로 전화를 걸어 조사가 끝이 났다고 했다. 몽골인은 다시 수갑을 차고 나갔다. 나는 수사관 생활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피의자에게 내민 작은 성의가 피의자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로 인하여 내 삶도 변화가 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나는 몽골인의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넘겼다. 검사실 참여계장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다. 퇴근하고 아내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잘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다.

이전 03화 502호 검사실은 금세 욕으로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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