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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Aug 22. 2024

타고난 능력, 남을 위해 사용하길....

나는 오래전 수사했던 사건의 피의자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부러 이름을 외려고 한 것도 아닌데 십수 년 전 수사했던 사건의 피의자 이름이 생각난다. 희한한 일이다. 지난주 있었던 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현실에서 아주 오래전 수사했던 사건의 피의자 이름이 툭하고 튀어나오다니.... 그렇게 문득 이름이 떠오르면 사건 검색을 통해서 형기와 형량을 검색하고, 수용인 조회를 통해서 어느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는지 확인을 한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한 경우도 있고, 형기가 아주 오래 남아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다시 또 만나는 경우도 있다. 나만 그런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수사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조회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내와 sns에 올라온 짤을 보다가 세네갈의 축구 스타 사디오 마네가 인터뷰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의 팬들이 액정이 나간 아이폰을 여러 해 들고 다니는 사디오 마네를 의아해했다. 한 해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스타플레이어에게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하여 사디오 마네는 아래와 같이 답변을 했다.  

내가 왜 10대의 페라리, 20개의 다이아몬드 시계, 두 대의 전용기를 가져야 하나요? 그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과거에 나는 배고팠고, 농장에서 일했고, 맨발로 뛰어놀았고,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나는 학교를 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을 나누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동안 여러 학교를 지었고 경기장도 하나 지었습니다 우리는 극도의 가난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옷과 신발 그리고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가난한 세네갈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70유로(약 10만 원)씩을 생활비 지원 차원에서 주고 있습니다. 나는 값비싼 고급차들과 고급 저택과 여행 그리고 심지어 비행기까지 떠벌리고 자랑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내 나라 사람들의 삶이 내게 준 것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받아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기사를 모두 읽은 아내는 "대단한 '능력'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아름답다"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오래전 머리에 기억된 하나의 이름이 생각났다. 김기호(가명). 정말로 뛰어난 머리와 타고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능을 가장 허투루 사용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세상천지에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김기호뿐이겠냐만은 눈으로 경험한 사건이기에 글로 남겨본다.      



수사과장이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와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검사장의 지시로 검거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검거되지 않는 피의자를 검거하라는 지시는 늘 있어왔다. 수사과장은 노트에 적어온 김기호를 반듯이 잡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김기호의 사건기록 대출받았다. 그리고 기록을 읽으며 김기호에 대하여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반듯이 잡아야 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태어난 산부인과까지 찾아가서 탐문을 한다. 수십 년 전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를 만나 당시 특이한 사항이 있었는지 묻기도 한다. 간호사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당시 일을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에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내게 검거 지시가 내려오는 사람은 쉬이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방법으로 몇 년을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다. 김기호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김기호는 관할 세무서의 총무팀장이었다. 팀장 직함을 달기엔 무척 젊은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20세 약관의 어린 나이에 7급 세무직에 합격한 인재였다. 개인적으로 20세에 국가 세무직 7급 합격은 5급 행시 합격에 버금간다는 생각이다. 서른 살 전이라도 사무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호는 세무서 동료들은 물론,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미래가 촉망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세무서에서 총무팀장으로 재직하면서 국가 소유의 부동산을 개인들에게 팔아넘겼다. 세무서의 직인을 위조하고 계약서를 비롯하여 모든 서류를 위조해서 국가소유 부동산을 뭉텅뭉텅 팔아먹었다. 국유 부동산이 관리되는 형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스로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기호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조금 이윤을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매도를 했다. 땅을 매수한 사람은 이윤을 조금 더 남기고 다시 매도를 했다. 땅의 소유권은 이렇게 여러 차례 변동되었고, 시간이 흘러 마지막 소유자가 그 땅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누군가 등기부등본을 떼어봤다면 부동산이 국가소유라는 것을 확인했을 것인데 그런 절차가 없이 몇 번이나 매매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경악스럴 지경이었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여러 해가 지나 국유재산 담당자가 국가소유의 부동산에 누군가 집을 짓는 것을 적발한 후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집을 짓던 사람은 당연히 개인 땅인 줄 알고 매수를 하여 집을 지었다는 진술을 했다. 거슬러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김기호가 관련 서류를 위조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세무서는 김기호를 고발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김기호는 도주했다. 집을 짓던 사람은 전 주인을 고소했고 전 주인은 전전 주인을 고소했다. 결국 김기호에게 최초로 땅을 샀던 사람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주에 따른 기소중지 상태의 김기호가 검거되어야만 국가소송이 원활하게 진행이 될 수 있었다. 김기호가 최초로 땅을 구입한 사람을 어떻게 속였는지가 국가소송의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것이다.


김기호가 최초 땅 매수자에게 등기부 등본을 제시했는지? 제시하지 않았는지? 조차도 따져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국가소송에서는 당사자가 검사다. 검사가 소송을 대리한다. 소송을 대리하던 검사는 검사장에게 보고를 했다. 결국 김기호를 잡아서 답을 들어야 국가소송이 제대로 진행이 될 상황이 되었다. 국가가 패소를 하면 배상을 해야 할 판이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내게 검거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나는 그를 빠르게 검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를 추적했다. 정보원을 통해 마침내 알아낸 정보는 그가 중국으로 밀항해서 도주했다는 것이다. 출입국조회를 통해 공항이나 항만을 이용해 정식으로 국외도주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정보원의 말을 신뢰했다. 다시 ip추적을 실시해서 김기호가 중국에서 아들 아이디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나는 즉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몇 해 전 수용인 조회를 하여 알아낸 바에 의하면 김기호는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중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을 수도 있고, 김기호의 아내를 설득해 자진 입국했을 수도 있다.


젊은 나이에 세무서에, 그것도 7급으로 들어왔던 유능한 인재가 자신의 능력을 헛된 방향으로 사용한 탓에 결국 감옥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뻔한 말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능력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참 안타깝다는 말은 하고 싶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25살에 대학에 입학했고, 연령제한이 있던 시절 막차를 타고 9급 공무원이 겨우 되었다. 그와 능력을 굳이 비교하자면 나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 늦은 나이에 입사를 했기에 사무관 승진 시험을 볼 자격도 갖지 못할 확률이 크다.


능력을 얻는 것보다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얻은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인 것 같다. 내가 가진 아무리 소소한 능력이라도 선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능력의 잠재력은 무한하게 커진다고 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눈앞의 이득을 맛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휴지 조각보다 못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의 능력이 다른 사람을 살리는 곳에 사용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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