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고픈 세상

어설픈 배려가 독이 될 수도 있다.

by ARIN

"악!! 도와주세요. 아이가 맞고 있어요"

피가 보이는 아이보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열 살 언저리였을까? 우리 둘째 또래 돼 보였던 눈이 유난히 맑고 붙임성이 있던 아이가 동네 형들에게 붙잡혀 주먹과 발길도 모자라 돌로 맞고 있었다. 가이드와 주변 어른들이 몰리자 그 무리는 사라졌다.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따라다니며 장사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안쓰러워 한 아저씨가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도를 아이에게 주었던 것이다. 내가 보지 못했다면 이 아이는 대가 없이 받은 돈을 뺏으려는 무리한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이드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팔에 목걸이와 팔지를 걸고 모로코 페스(Fez) 골목에 들어설 때부터 사달라고 나를 쫓아다녔던 아이는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제법 친해져서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길을 잃어버리면 알려주기도 하고 골목에서 친구들이 축구를 하는 것을 보고 같이 축구 하자며 내 손을 이끌기도 했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축구를 하는 모로코 아이들
친구가 된 모로코 아이(왼쪽)

"그 팔지 하나 줄래? 아까 너한테 그냥 돈 준 아저씨한테 아줌마가 갖다 줄게. 그럼 너 돈 안 뺏길 수 있잖아 "

벌벌 떨고 있던 아이는 나의 설득에 팔지 하나를 내주었다. 돌가루와 피로 범벅이 된 상처를 물티슈로 닦아주는데 아파하지도 않고 고맙다며 웃어 보이는 얼굴을 보니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쏟아졌다.

이 나이 때에 누려야 할 세상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이어서 오래 같이 있어 주지 못하고 떠나는 타인이어서 너무 미안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꼭 품에 안고 기도했다.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고 이쁜 미소 잃지 않게 성장할 수 있기를... 꼭 멋진 축구선수가 되기를... 나의 바램과 온기가 이 아이의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다.


차에 오르고 페스(Fez)를 빠져나오는데 아이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며 차를 쫒아왔다.

달려오는 아이 뒤로 모로코 하늘엔 내 마음처럼 검붉게 노을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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