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백은 가슴 뛰게 한다
'아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가 뜨고 있잖아...'
빵빵~ 더 기다릴 수 없다고 신경질 내듯 운전수가 부른다. 이렇게 또 놓치는구나.
유럽은 장기간 여행이라 짐을 줄인다 해도 카메라에 커다란 캐리어까지 끌고 넓은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혼자 여행하기엔 무리다. 그래서 난 구하기 힘든 저렴한 항공비와 대형버스 차량에 숙소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패키지를 애용한다.
하지만 원하는 포커스를 찾고 집중해서 사진 좀 찍으려고 하면 이동시간이 다돼서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꼭 가야 하는 곳이거나 여행 루트가 맘에 들어서 선택한 패키지임에도 날씨와 현지 사정으로 다른 코스나 쇼핑으로 변경될 때도 있다. 그때마다 자유여행으로 올 걸 후회하게 만든다.
터키 여행 마지막 안탈리아의 일출도 어쩔 수 없이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건물 사이로 잠깐씩 보일 때마다 셔터를 연속으로 눌러 어렵게 한 장 건졌다.
움직이는 버스에서 현지 가이드가 아슬아슬하게 서서 창 밖으로 스치는 건축물과 풍경을 가리키며 설명해주었다. 어려운 역사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도록 유머까지 곁들여 설명하는데 어느 프로 강연보다 수준이 높았다.
산을 오르며 흔들림이 심해지자 해설을 멈추고 자리에 앉는데 갑자기 버스 뒤편에서 나이 지긋하신 분이 가이드에게 묻는다.
“가이드님 이리 똑똑하고 멋지신데 왜 아직도 혼자시래요?”
“아직 인연을 못 만났나 보죠”
“가이드하시면서 맘에 드는 고객도 없었어요?”
"이번 여행자분 중에 계시네요. 아침에 일출 찍는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어요"
쑥스러워하며 대답하는 가이드 말에 놀란 눈으로 모두 날 쳐다보았다.
펑퍼짐하고 인상 좋은 아줌마로 보일 거라 생각하고 어딜 가도 편히 돌아다니고 내숭 없이 먹고 행동했는데 어느 사람에겐 반할 수 있는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순간 너무 기뻤다.
나 아직 안 죽었어!!!
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연락처를 묻는 그에게 유부녀임을 말할 때는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빵빵~울려대는건 버스뿐만이 아닌가보다.
사람의 인연도 때를 놓치면 스치듯 지나치게 되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