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도박의 공통분모
주식을 시작한 건 딱 일 년 전이었다.
투자금은 200만 원.
부자들이 보기엔 간식값이고,
내 통장 기준으로는 인생 최대의 배팅이었다.
거창한 결심도, 번쩍이는 정보도 없었다.
그저 적금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란 막연한 예감.
그 불안이 슬그머니 돈의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실 내게 주식은 오랫동안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릴 적 어른들 대화엔 늘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형부가 주식에 손댔다가 집 날렸다더라.”
“누구 아빠는 주식한다고 가게 돈 빼갔대.”
그리고는 어김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주식은 돈을 잃는 일,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
그리고 어쩐지 ‘몰래 해야 할 것 같은’ 일로 배웠다.
그 영향인지,
내 머릿속 주식은 도박과 비슷했다.
몰래 하는, 들키면 혼나는,결국엔 잃게 되는 게임.
야밤에 혼자 이어폰 끼고 직박구리 동영상 보던 시절이 떠오를 만큼, 묘하게 금기이고, 또 묘하게 끌리는 세계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매달 넣는 적금 이자는 연 2% 남짓.
세금 떼고, 물가 반영하면 사실상 ‘묻어두는 손해’에 가깝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은 부자가 되는데,
나는 왜 이리 똑같지?
문득 그런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적금은 손실이 없다는 믿음.
그 믿음 뒤에 내가 얼마나 오래 현실을 외면했는지 깨닫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주식.
아무것도 모르면서.
PER? EPS? 시총?
처음 보는 단어들이 화면 가득.
앱을 켜자마자 등장한 빨강, 파랑, 숫자 떼거지들에 나는 일단 겁먹었다.
마치 수업 한 번 안 듣고 시험장에 들어간 느낌.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은 자꾸 거기에 머물렀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뉴스를 읽고,
잠들기 전엔 슈카월드에 입장했다.
‘가장 기본적인 투자 방법‘ 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뜻 모를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써 붙이던 날들.
그때부터 돈이 그냥 ‘있다 없다’는 숫자가 아니라
움직이고, 흘러가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른다’는 말에 혹해 샀다가 하락장을 맞이했고,
‘이제 끝났군’ 하고 손절한 종목은 날아올랐다.
차트가 아니라 내 감정선이 널을 뛰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 이거 왜 시작했더라?”
처음의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이라도 더 잘 알고 싶었고
내 돈에 책임지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식은 내게 도박이 아니라 훈련이었다.
감정 조절 훈련, 충동 억제 훈련,
그리고 ‘당신은 왜 이 종목을 샀는가’라는 질문에
한 문장이라도 대답할 수 있게 되는 성장 과정.
물론, 주식이 정답은 아니다.
안 해도 되는 사람도 있고,
적금이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이 선택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마주하고 싶은’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여전히 주린이다.
지금도 앱을 켤 때면 조용히 심호흡을 한다.
그래프의 빨강과 파랑이
신호등처럼 깜빡일 때마다
‘멈춰야 할까,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한다.
돈 앞에서 나는 여전히 작다.
하지만 그 작음을 아는 것도,
어쩌면 성장이라고 믿는다.
계좌는 작지만,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그거면, 재테크의 시작으로는 꽤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