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sta Seo Jan 27. 2021

감성 회복을 위한 겨울 섬 여행

전남 신안군

며칠 전 인터넷에 뜬 기사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관광 온 관광객이 200만 원을 군청에 기부하고 사라진 것입니다. 

궁금했습니다. 어떤 풍경을 가진 공간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아름답게 하는 곳인지...


훈훈한 이야기의 배경이 된 우리나라 서남단에 있는 섬의 천국 신안군으로 향했습니다. 육지와 섬을 연결해 2019년 개통한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 해상 교량 “천사대교”가 있어 여행 목적지 자은도 둔장해변으로 가는 길이 이제는 힘들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가는 동안 만난 겨울 바다 위에 점점이 놓여 있는 섬과 광활한 갯벌, 내륙에서 볼 수 없는  섬마을 시골 정취들의 풍경이 세상의 어려움을 하찮게 만들었습니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섬을 다니다 보면 그동안 쌓아온 내 안의 아픔이 조용히 묻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바람이 세서 윈드 비치(Wind beach)라고도 불린다는 둔장해변답게 바다 건너편 산에 풍력발전 단지가 보였습니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풍차마을 “콘수에그라(Consuegra)”가 떠올랐습니다. 겨울바다 파도를 맞이하는 법을 가르쳐주듯 풍차들이 죽 늘어서 있는 풍경은 평화로웠습니다. 이 여유가 세상의 피로에서 벗어나 우리의 내면을 정화 시키는 치유의 시작점이 되고 있었습니다. 


따스한 미담을 품은 이미 거대한 그릇이 된 “무한의 다리”는 둔장해변 앞에 놓인 인도교입니다. 다리는 해변에서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합니다. 총 길이 1,004m에 폭 2m로 겨울바다 가운데를 향해 걷다가 무인도인 섬을 돌아보도록 만들었습니다.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한다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을 희망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박은선 작가의 ‘무한 기둥’의 철학적 의미를 담았답니다. 


무한대를 나타내는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되는 바다 위 다리를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걸었습니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또 다른 삶을 꿈꾸었습니다. 


‘겨울바다 기운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아무려면 어떠랴.’ 그렇게 생각하자 겨울바다의 파도는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할미도 해변의 벤치에 앉으니 남쪽 바다의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혔습니다. 그 햇살에 바다 물결은 은빛이 되어 눈부시게 반짝거렸습니다. 

‘무한의 다리’는 연결이었습니다. 섬과 섬, 땅과 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경계선을 넘나드는 다리였습니다. 고독한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잊었던 사람들과 이어주는 치유의 장소이자 성장의 장소인 것입니다. 내 안의 진정한 나와 혹은 타인과 접속하는 안테나가 되는 겨울바다의 낭만적 거처가 바로 그곳입니다. 왜 익명의 기부자가 나왔는지 공감되었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연속성을 확인하고 영혼의 결핍증을 치유하는 ‘무한의 다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자은도의 가볼 만한 다른 해변


- 백길해변: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에서 드물게 보이는 모래밭 해변. 특히 방풍림으로 조성한 송림이 울창하다.  


- 분계해변: 조선 시대부터 방풍림으로 조성한 굵은 소나무 10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안을 따라 모래사장과 함께 펼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특히, 낙조가 일품이다.


▶ 강추하는 신안군의 이색 명품 다리

- 안좌도 퍼플교: 두리, 박지, 반월도를 잇는 1,462m의 목교로 섬에 자생하는 보라색 도라지 군락지와 꿀풀 등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보라색으로 컨셉을 정해 조성한 보라색 섬이다. 라일락, 라벤더, 접시꽃 등 20만 주 이상의 보랏빛 식물들이 섬 안에 가득하다. 특히, 바닷물이 들어 온 뒤 다리의 조명이 물에 반사되면서 보여주는 밤바다의 풍경은 환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비대면 힐링 여행지 정선의 가봐야할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