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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Feb 25. 2021

맛의 고장 나주의 대표 먹거리

전남 나주 맛 체험

 옛 부터 맛은 나주, 모양은 전주라 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주에는 물과 들에서 나오는 각각 8가지의 맛난 음식을 뜻하는  어팔진미(魚八珍味), 소팔진미(蔬八珍味)라는 단어가 있다. 그중에는 지금은 맛보기가 힘든 것도 있고, 사라진 것도 있다.


 때 이른 봄기운으로 들녘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에 우리 조상들의 맛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나주로 맛 기행을 떠났다.


나주 영산강변 풍경


 담양에서 시작해 남도 땅 곳곳을 적시는 350리 물길 영산강이 굽이져 흐르는 평야지대에  나주시는 자리 잡고 있다. 전주와 나주의 머릿자를 따 전라도라고 할 정도로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남도의 중심은 나주였다.

 나주는 고려시대부터 지방행정조직인 목(牧)이 설치되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남의 중심고을 역할을 해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택리지”에서 나주를 ‘소경’으로 소개했다. 당시 수도였던 한양처럼 동서남북으로 4대 문이 설치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주읍성에 가면 나주목과 관련된 금성관과 목사내아, 향교 등이 명소로 남아있다.            


나주의 동점문, 남고문, 서성문(왼쪽부터)


“나주에 가면, 곰탕 한 그릇은 해야죠~”


 나주 답사 1번지 나주읍성의 금성관 인근에 이미 국밥의 대명사가  ‘나주곰탕거리가 있다.

 지금은 곰탕 하면 나주곰탕을 말하지만, 곰탕의 유래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이곳에 일본의 군수물자인 육류 통조림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로 만드는 요리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나주 곰탕 거리 풍경


설렁탕이 소뼈를 고아낸 물로 요리를 하는 음식인 반면에 곰탕은 살코기를 삶아 고아낸 맑은 국물로 요리를 하는 음식이다. 살코기로 고아낸 국물에 소고기 양지 혹은 머리 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은 뒤 다시 오랫동안 고아낸다. 그 국을 뚝배기에 담은 후 윤기 나는 흰쌀밥을 넣어 곰탕 한 그릇을 만든다.


맑은 국물이 특징인 나주 곰탕


 기름기가 제거된 나주곰탕의 맑은 국물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진다. 깔끔한 뒷맛과 씹을수록 입안으로 퍼지는 고기 덩어리의 감칠맛이 섞이면서 나주곰탕이 곰탕의 대명사가 된 이유를 깨닫게 된다.


나주 곰탕 거리 "하얀집" 주방 모습


“홍탁 한잔의 행복, 영산포 홍어”  


 나주 영산포는 삼한시대부터 내륙 수운의 중심지였다. 이 뱃길을 따라 나주평야의 쌀이 김포까지 전해지고, 다도해와 제주도의 해물이 뭍으로 들어왔다. 다도해 지방의 특산물이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나주의 대표 먹거리가 된 것이 바로 삭힌 홍어인 ‘흑산도 홍어’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는 영산강을 따라 올라오는 일주일 여 정도의 기간 동안 자연 발효되어 독특한 맛의 홍어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렇게 항아리에서 삭힌 잘 발효된 홍어와 잘 삶은 돼지고기를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 것이 홍어삼합이다. 여기에 막걸리가 곁들여지면 삶의 질긴 끈이 나긋나긋해지는 것이다.


나주 홍어거리 앞 영산포 선착장


    누렇게 물든 영산강 서쪽 하늘은 처연함을 딛고 일어서, 닫힌 마음을 열고 삶의 피로를 씻어주는 곳이다.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나주의 다리가 영산교다. 영산교에 서서  황금빛 누런 하늘과 영산강 물길은 나를 둘러싼 세상의 결을 거르는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나주역 방면에서 영산교를 건너면 강변을 낀 선창가 부근에 홍어거리’가 있다. 많은 식당 중에 나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강변홍어" 식당으로 갔다.  


영산포 홍어거리


 이 식당의 연분홍빛을 띤 홍어는 삭힌 음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선해 보이고, 씹은 뒤 입안에서 도는 톡 쏘는 향과 맛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삭힌 냄새가 곰살궂게 다가왔다. 홍어 껍데기 수육, 홍어무침, 삼합, 홍어찜, 홍어전, 홍어 튀김, 애국이 순서대로 나오는 질퍽한 저녁 시간이 되었다.     


"강변 홍어" 흑산도 홍어 정식


“고단백 스테미너, 구진포 장어”


 영산강에 뱃길이 끊긴 건 영산강 하구댐이 들어선 1977년의 일이었다. 내륙수운의 중심지 영산포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구진포 나루가 있다. 댐이 생기기 전 이곳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 물고기가 풍요로웠던 곳이었다. 특히 바다 장어가 유명해 자연산 장어구이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구진포에서 바라본 영산강


 지금도 구진포 강변거리를 중심으로 장어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언제든지 전통의 맛을 만날 수 있다.


구진포 장어거리

     

“나주의 가성비 좋은 한 상차림, 남도 한정식”  


 풍요의 땅 전라도의 한정식 한상은 반찬의 가짓수와 지역 특유의 맛으로 일반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맛 체험 아이템이다. 나주에도 ‘전라도 한정식’의 명성에 걸맞은 곳이 있다. 특히 이 식당은 가격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곳이다.


나주 백반 한정식 "번영회관"


 교통,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지역별 음식의 특성을 보편화시켰다. 과거 전라도 음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짜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지금은 많이 싱거워져 그런 평가가 거의 없다. 오히려 지역 특산물 요리가 추가되어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음식의 전통적인 감칠맛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반찬의 가짓수는 아직도 놀라울 정도로 많다.  


번영회관 백반 한정식


 청정 자연 속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곳 ‘전라남도 산림자원 연구소’가 있는 산포면으로 가다 보면 ‘번영회관’이 보인다. 이곳 한정식 한상차림 가격은 9,000원이다. 여행자의 가벼워진 주머니를 배려해 준 주인장의 마음일까, 지나가는 객에게도 마음을 다하는 이 지역의 인심일까!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길


풍요의 고장 나주.

나주는 음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맛으로 기억되는 고장 나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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