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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Feb 17. 2024

성공을 위한 후퇴 : 성숙의 시간

<끈기보다 끊기> 독후감상문

 공격적인 도전과 성장보다는 내면의 성숙을 지향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 경제는 '빙하기 시대'라고 명명하며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을 그려내고 있다. 지나온 과거와 오래되어 낡은 것들은 모두 끊어낼 줄 알아야 한다. 경제 빙하기 시대에는 성장을 잠시 멈추고 '내려가야 할 때'라고 한다. 올라가 본 적이 없는 필자는 조금 의아하긴 하다. 내려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저서는 필자 같은 새싹보다는 한 번쯤 뽑혀본 '분재 나무'나 가파른 '성장 중인 나무'에게 더 적합한 저서 같다. 그럼에도 얻을 것은 충만한 책이다.


 질문으로 관문을 열어가는 지식 생태학자답게 저자는 저서에서 많은 질문을 잉태한다. 상식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에게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새로운 답을 제시해 본다.  


 '사'자 직업이 칭송받던 '직(業)'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업(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는 '무엇'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버릴 줄 알아야 채울 수 있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서 남들과 차별화된 나를 만들어가는 것, 오늘날 대체불가능한 인재로 거듭나는 일이다. 외면의 성장보다는 내면의 성숙으로 차별화된 '나'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의 다른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언제라도 시대는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호소한다. 팬데믹으로 세계 전체가 성장을 멈추었을 때도, 고물가의 현재도,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의 시대가 그렇다. 2015년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 연애, 결혼, 취업을 포기해야 한다던 일명 3포 세대는 5포 세대, 7포 세대까지 확장되어 N포 세대가 되었다. 산업 혁명으로 우리네 삶은 매일이 진화를 거듭하며 윤택해지는 반면 개개인의 삶은 팍팍하다고 탄식이 절로 나온다. 막연하게 기다리는 경제의 봄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고도성장을 마친 경제는 긴긴 겨울을 지내고 있다. 


 다름 아닌 지금의 한국은 경제 빙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좌절하고 세상 탓만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긴 터널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눈은 언젠간 녹고 오랜 장마 뒤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고산 지대 식물의 깊은 뿌리처럼 우리도 눈에 보이는 성장 보다 내면에 성숙에 집중해 본다. 언젠간 다가올 봄을 위해.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느냐다. 매일 밤마다 붐비는 동네 치킨집을 보고 누구나 치킨 장사에 뛰어들었다가 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무엇을 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성공했느냐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모든 성공과 실패는 어떤 수단도 아닌 어떠한 사람이 이루어낸 업보인 것이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은 무엇보다 힘들다. 이처럼 낡고 오래된 습관을 끊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란다면 안 좋은 것들은 끊어내야 한다.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하듯 정기적으로 좋지 않은 습관들을 버려야 한다. 비워내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뼈의 안쪽까지 비워낸 새들은 높이 날 수 있다. 가지치기를 해준 나무는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몸에 익숙해진 습관들을 의식하며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가 바라는 이상향과 공통점이 없는 한낱 단기적 쾌락이라는 보상과 맞바꾼 습관들을 모조리 버려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진 만큼 인쇄 매체는 멀리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오락 성질이 강하고 수동적으로 화면만 바라보며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책으로 얻는 내면의 성숙은 디지털 매체로 절대 습득할 수 없다. 디지털 매체는 접하면 접할수록 지루한 책과는 담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독서로 내면을 성숙시키고 사색하는 행위는 한파에 내밀한 나이테를 그린 나무와 같다. 


 현대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새로운 문맹이 늘어나고 있다. 책은 새로운 질문을 잉태하며 다방면 사고를 갖게 하는 수단이다. 가까이할수록 내면이 풍요로워진다. 우리는 한 분야에만 매몰되기 쉽다. 책을 읽으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오르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멈추거나 내려가는 법을 잘 모른다. 산 정상은 도착점이 아니라 반환점이다. 정상에 머물렀다면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온 만큼 멀고 험하다. 오르는 길이 성공을 위한 여정이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생존을 위함이다. 정상이 머지않았는데 기상이 악화되었다면 중도 하산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낙오되거나 눈보라에 휩싸이기 쉽다. 


 유한한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매일 똑같은 양을 선물한다. 시간이라는 자원의 소중함을 알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가까이 있기 마련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우회하라. 지금의 경험들이 미래의 풍부한 배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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