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스 Mar 03. 2024

 질문, 철학의 시작

<똑똑한 나를 만드는 철학 사용법> 독후감상문

 첫 소절부터 문체가 거슬려서 몇 번이나 책을 접을까 고민했던 도서였다. 간결하지만 '나는'으로 시작해서 '합니다'로 끝나는 경어체가 끝까지 눈에 밝히는 것은 사실이다. 번역 활동을 많이 한 역자가 왜 이런 오류를 범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각설하고, '똑똑한 나를 만드는 철학 사용법'은 철학이라는 학문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도서임에는 틀림없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왜 철학을 해야 하는지, 철학에는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저자의 시선에서 정의하고 있다.





 철학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에서 보물을 찾는 것과 같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고함으로써 사물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는 것이다. IT 기술의 발달과 보편화로 철학을 낡은 학문으로 치부하면 위험하다. 진보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하느냐는 결국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AI로 대체되는 사회에서 철학적인 사고만큼은 AI가 따라올 수 없다.


 언어는 간결하지만 철학의 영역에 들어선 언어는 무한한 의미를 품게 된다. 언어로 실현되는 학문인만큼 철학에서 언어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아닌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을 언어로 내뱉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가 단긴 '크리톤'을 살펴보면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을 설득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서 크리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신의 주장을 빗대어 다시 질문하는 지혜가 엿보인다.


  질문은 철학의 가장 큰 수단이자 근간이다. 질문은 보편적 제삼자에게 하는 것이지만 나 자신에게도 할 수 있다. 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있다. 자칫 이상하게 느껴지는 질문은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할 수 있는 한 많은 질문을 품는 것은 철학의 핵심이다. 질문은 본질을 밝혀준다. 좋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행위는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심어줄 것이다.


 예술가들의 떠오르는 영감은 불현듯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매일 지겹도록 누적된 경험과 사고가 결국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 것이다. 경험을 막연히 쌓아두기만 한다면 한낱 버려지는 오답노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생각을 꺼낼 때 비로소 창조가 일어난다.


 창조란 위대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떤 물체를 눈앞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상상하다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 인간은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 있는 것들을 다르게 조합하여 새로운 유를 창조해 내는 것,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는 바로 그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답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철학이고, AI가 창궐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어쩌면 '철학'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주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