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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May 30. 2024

인생의 황금기, 신중년

<60세의 마인드셋>을 읽고

일본 노인 정신 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는 30년 동안 고령 환자들을 돌봤다. 그는 60대부터는 그간 모아두었던 돈을 펑펑 쓰며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 또한 남기지 말라고 단언한다. 60대 이후부터는 건강 검진도 받을 필요 없다는 그의 발언은 신선함을 넘어 발칙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신간 도서임에도 이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60세의 마인드셋>이다.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큰 글자 도서도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로 60대에 접어들었다면 이제 인생을 절반 넘긴 것이다. 만약 당신이 60세가 되었다면 어떤 마인드로 남은 40년을 보낼 것인가? 와다 히데키의 신박한 역발상을 한 번 만나보자.





 일본은 한국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은 이미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인구의 30퍼센트에 달한다. 그중 75세 이상의 인구가 절반을 넘으니 초고령 사회에 도래한 지 오래다. 그런 일본을 한국이 뒤질세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마저 선도한 일본은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젊은 세대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월급을 노후 대비 통장에 모으기 바쁘다. 아득바득 노후를 대비한 2030 세대들은 막상 고령자가 되어서도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 평균 수명이 날로 오르는 현실에 60대에 진입한 고령자는 소득 없는 앞으로의 40년의 인생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사용하기 위해 모아둔 돈은 그렇게 40년 동안 고이 모셔두다가 결국 신체가 여기저기 말썽을 부려 남은 생을 즐기지 못한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돈 한번 편하게 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모아둔 돈은 남은 자식들이 서로 더 많이 갖기 위해 얼굴을 붉히며 싸움 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려고 젊은 시절 절약하고 산 것이 아닐 테다. 가는 날까지 풍족함을 누려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2030 시절 웬만큼 노후 대비를 한 60대들이여. 마음껏 탕진하라. 더 늙을 때 사용하려고 모아둔 돈은 그때가 되면 몸이 여기저기 망가져 막상 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젊었을 때 연중행사처럼 다녔던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여유로움과 만찬을 즐겨라. 스포츠카를 구입해서 새로운 중년을 즐겨라. 몸이 망가지기 전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삶을 누려라. 국민연금이 매달 나오고 있다면 그간 모아둔 돈으로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돈을 아낀다고 집에만 있으면 건강도 악화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밖으로 나가서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남겨줄 필요는 없다. 살아생전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밥 한 끼 더 먹고 즐겨라. 남은 재산은 장례식장에서 분열만 만들 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바깥 활동에 전념했던 남성은 집에 있는 것을 즐기고 반대로 여성은 대외 활동이 왕성해진다. 호르몬의 변화가 큰 몫을 하는 것이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부부는 이와 같은 상황을 존중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고령 남성들은 혼자서 밥을 차려먹을 줄 알아야 하며 약속과 취미 생활이 잦아진 고령 여성들은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그 이전과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바이러스들과 공존한다. 이것은 우리 몸속 세포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세포가 있는 반면 나쁜 세포도 많다. 그것을 우리가 알지 못할 뿐. 하루에도 암세포들은 증식하고 사멸하고를 반복한다. 노인 정신 의학 전문의인 저자가 80대 이상 노인들을 부검한 결과 암세포가 없었던 시신은 없었다. 비록 사인은 암이 아니었을지언정 많은 암세포와 공존하며 삶을 보냈던 것이다. 고령자가 암세포와 공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수술을 감행하는 일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한 결과 병상에 누워 남은 말년을 보내거나 보다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오래된 물건이 낡고 닳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뻣뻣한 새 가죽보다 세월감이 묻어난 오래되어 부드러운 가죽의 질감이 더 좋다. 새로 산 자동차는 혹여나 잔흠집이라도 날까 봐 자동 새 차마저 꺼리지만 오래된 자동차는 어디를 가도 마음 편히 주행할 수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은 트렌디하고 깔끔하지만 예스럽고 고전적인 건축물은 그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해 엄숙하고도 장엄한 멋을 지니고 있다. 신제품보다 10년 이상 된 기기는 분명 고장 날 확률이 높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60년 이상 사용한 몸이 20년 사용한 몸과 같을 순 없다.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건강 검진은 말년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 


 습관은 노후에도 어김없이 중요하다. 우리의 신체는 갈고닦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무리해서 운동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몸을 너무 아껴도 신체의 능력을 고갈된다. 두뇌와 신체를 부지런히 사용해서 인지력과 잔존기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건망증이 심해진 후에 치매 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팔팔한 60대부터 활동량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의욕이 떨어지기 전에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장착해야 한다. 좋은 습관은 힘들이지 않고 무의식 중에 우리의 노화를 최대한 늦춰 줄 것이다. 늦은 노화는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자녀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며 타인의 돌봄 또한 최후로 미룰 수 있으리라.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마치 유년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더 나이 들기 전에,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겨라. 신중년은 진정 삶을 즐기는 자들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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