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스 Jul 12. 2024

3개월 도합 2천만 원

전업맘의 스마트스토어 이야기 5 

 3일, 제작 상품 업로드에 걸리는 평균적인 시간이다. 그에 반해 위탁 상품 업로드는 10분이면 끝났다. 이보다 쉬운 일이 있던가. 아이 세 명의 뒤치다꺼리와 살림을 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업거리였다. 틈만 나면 도매처 상품을 나의 상점에 올렸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도매처에 발주서를 넣었다. 나름이지만 하루에 두 시간 안팎의 시간이 들어갔다. 상점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자 네이버 측에서는 지난 매출 '보고서'를 팝업으로 보여줬다.


'매출 800만 원'


 거듭 확인해도 첫 달의 매출은 자그마치 800만 원이었다. 과거 상점에서 한 달 매출 100만 원을 넘겨본 적 없는 나로서는 압도적인 금액이었다. 800이라는 숫자는 나를 기쁨에 도취하게 만들었고 연이은 다음 달 보고서는 더욱 높이 치솟아 3개월 도합 2천만 원의 매출 보고서를 가져왔다.


 강렬한 기쁨은 정확히 3개월을 종지부로 막을 내렸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주문이 잠잠해진 것이다. 예상했던 바 네이버 측에서 신규 사업자에게 호의를 베풀어 첫 삼 개월 동안 상품을 상단에 노출해 주었던 것. 소위 오픈빨이 끝난 것이다. 주문량은 소폭 줄었지만 이전(제작과 사입) 상점에 비해 주문은 꾸준했다. 혹자는 위탁 판매는 상품 수 싸움이라고 했다. 틈만 나면 도매처 상품을 상점에 업로드했고 총 상품 수는 800개가 넘어갔다. 1,000개를 목표로 달리고 있었으나 주문은 꼭 들어오는 상품만 들어왔다.


 간혹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의 주문이 들어오면 품절을 면치 못했다. 재고 관리에 용이한 위탁 판매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었다. 무작정 상품을 올리다 보니 800개가 넘어가는 상품이 도매처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물론 유료 시스템으로 알 수 있다고는 하나, 광고도 하지 않는 소상공인인 나에게 그 금액은 사치였다. 사실 10개가 넘어가는 도매처에서 매일 800개의 상품 재고를 확인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잦은 품절에 결국 상점은 '영업 정지'를 면치 못했다. 원산지를 잘못 표기하거나 KC 미인증 제품처럼 막대한 죄만 받는다는 영업 정지를 품절로 인해 받게 될 줄을 몰랐다. 다행히 '다시는 품절로 인해 취소 처리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소명서를 제출한 후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800개의 상품 도매처에 들어가 매일 제품의 재고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틈만 나면 상품 업로드에 매진이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틈만 나면 상품을 지워갔다. 먼저 도매처를 줄여야 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도매처는 3-5개 정도가 적당했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상품은 자주 재고를 파악하고 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지 점검해야 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써는 심정으로 나의 업(業)에 큰 애정과 열의를 쏟으리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성과를 바라며. 전업맘의 스마트스토어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전 06화 제작, 사입 그리고 위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