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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ug 09. 2024

전업맘의 협찬 인생

자본주의 시대의 블로그 사용기 4


"고지에 너무 빨리 온 것 같은데?"

지난 6월, 협찬 여행에 다녀온 남편이 하는 말이다. 맞다. 지난해 체험단을 시작하며 목표로 삼았던 것은 다름 아닌 '여행'이었다. 올해 2월, 여행 블로그를 새로 개설했으니 대략 4개월 만에 블로그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뿐만 아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치장하는 모든 것이 블로그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이야 차치하더라도 유일하게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곳이다. 더불어 자영업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내 이름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스마트스토어와 살림이라는 본업을 밀어내고 내 삶의 많은 시간을 채워간다. 이틀 전에는 그랬다. 아이들과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고, 간식으로 빵을 먹고, 저녁에는 돼지갈비를 먹고 오는 길에 케이크를 테이크-아웃했다. 이 모든 게 체험단이었으니, 이제 아이들은 어디에만 가면 묻는다. "엄마! 이것도 블로그야?"


 학기 중 오롯한 내 시간은 3시간. 밤새 들어온 주문을 발주하고, 상품의 재고를 파악하고 CS 업무를 본다. 일주일 중 하루는 비즈니스 강의를 듣는다. 금요일은 브런치 연재글 발행일로 월요일부터 막중한 부담감이 몰려오지만 종국에는 목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새벽 시간을 쪼개어 읽은 책은 일주일에 두 세권.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책을 읽은 후에는 독후감을 '업무'처럼 쓴다. 독후감 하나당 한두 시간과 독서에 비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독후감'을 써야만 볼일 후 비데를 사용한 것처럼 개운하다. 여행 블로그에는 지난 주말 아이들과 다녀왔던 여행을 기록하고, 체험단 활동을 발행한다. 개중에는 '협찬'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아까워 핫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면 아이들이 하교한다. 집은 청소기만 대충 돌려서 너저분하고 치워도 치운 것 같지 않아 미루고 미룬다. 때론 저녁 설거지를 남겨두고 까무룩 잠이 들어 자정 넘어 퇴근한 남편이 주방으로 출근한다. 배달의 민족을 청산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나 전업맘이 뭐가 바쁘다고 외식을 할 때면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깃든다. 그런 엄마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집 앞 분식집에만 가도 초호화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기뻐한다. 늘 삼삼하게 간을 했던 터라 외식이면 만사 오케이 하는 아이들이다.


 단설 유치원과 초등학교 여름 방학 기간이다. 24일. 짧지 않은 시간 우리는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업맘과 워킹맘 할 것 없이 기나긴 '방학 기간'이면 엄마들의 한숨 소리에 땅이 꺼질 지경이다. 그러나 나는 방학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바라왔던 시간이던가. 나의 3시간은 잠시 멀어졌지만, 매일 아이들과 여행을 다닐 수 있다니, 진실로 기쁘다. 아이들과 노니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찬란하다. 값진 시간들과 행복한 우리의 시간들을 나와 비슷한 그녀들에게 공유하고 좋은 에너지가 널리 퍼지길 바랄 뿐이다.


 초보 블로거인 나에게 과한 '협찬'은 이런 나의 진심이 통했으리라 어림짐작한다. 4개월 만에 목표에 다다랐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차례. 선언하면 이룰 확률이 높다고 했던가. 현재 진행하는 분야들의 고수가 되어 중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다. 론다 번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을 여기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꾸준하게 걷는 거북은 뛰는 토끼를 이길 수 있었다. 때론 방황하겠지만 느리더라도 걷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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