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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ug 16. 2024

부업의 제2막 브런치 스토리

취미와 욕망 그 사이

  생각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같다.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것. 매일 다르게 피어나는 구름의 형상을 흰 도화지에 재현해 내면 내일도 어제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은 하늘의 구름을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과 비슷했다. 블로그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행위는 그 이상의 기쁨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진심 어린 활자들은 마치 화려한 파티 장소에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고 간 것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이미 산업 문화가 만연한 곳에서 나의 글들은 갈 곳을 잃은 찰나였다. 지난해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스토리(이하 브런치)는 그런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미처 책을 챙기지 못하고 외출했을 때에도 브런치만 있으면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었으니. 브런치에는 글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재능은 차치하더라도 브런치 사용자들은 '글'에 진심이었다. 그들은 작가인 동시에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였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그간 갈증을 채워 넣듯 키보드를 두들겼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매일매일 캔버스에 채워 넣었다. 고독한 작업실에서 외로운 그림을 그리다가 한 번씩 등을 토닥여주는 이들이 생겼으니 힘이 났다.


 종이에 쓴 글들은 일 년만 지나도 어느 페이지에 어떤 글을 썼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고 내가 들춰보지 않으면 캄캄한 어둠 속에 글들이 울부짖는다. 블로그에는 진실된 사용자도 분명 존재하지만 다수가 상업적이다. 댓글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독 후 댓글을 쓰는 것인지 대강 훑어보고 하는 말인지. 브런치는 글을 쓰는 나보다 살뜰히 내 글을 살펴주는 이들이 많다. 취소와 발행 버튼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 중인 글에도 진심 어린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감정이 공존한다. 과분함, 겸손, 감사, 부끄러움, 기쁨 그리고 감동. 다양한 감정들은 글쟁이로서 나에게 큰 윤활유가 되어 다음 글을 발행할 힘을 내어준다.


 '글을 쓴다'라고 하니 대단히 거창해 보이지만 내가 끄적이는 것은 일상을 나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졌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었다. 읽는 것이 채워 넣는 것이라면, 쓰는 것은 일종의 배설과 같은 쾌감이랄까.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글 중 하나를 어느 월간 소식지에 발행하고 싶다는 첫 제안에 벅찬 감격이 흘러나왔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 만으로 감사했는데 심지어 원고료까지 지급이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심코 쓴 글에 원고료라니..'


 최근 브런치 내에서 새롭게 도입된 '응원' 같은 경우도 그랬다. 브런치 연재는 나와의 챌린지 같은 것. '연재'에 대한 부담감이 막중하지만 일단 연재를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든 해당 일에 글을 발행하게 된다. 이전 글도 그랬다. 매주 흘러나오는 연재는 쓰고 싶어서 쓸 때 보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자 머리를 쥐어짜며 문장 하나하나를 완성시킨 글이었다. 그런 글에 누군가 넌지시 '응원'을 부여했다. 기쁨보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이곳은 새로운 시장임이 분명했다.


  원고료를 받고, 응원금을 모아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그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키보드를 두들기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수익이 없었을 것이다. 백지에 불과했던 종이가 브런치를 만나 글이 되었고 글들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마치 아주 느린 제본 작업처럼. 작가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로망인 '출간'도 브런치 내에서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브런치를 사용한 지 일 년 남짓된 나도 꿈꿀 수 있을 만큼.


 사과나무의 가지치기는 가을걷이 전 꼭 해야 할 작업 중 하나다. 언뜻 생각하면 많은 가지가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가지들은 줄기의 빼곡한 사과들과 경쟁하며 약한 사과는 알맞게 크지 못하고 비대해진 사과는 낙과할 확률이 높아진다. 적당한 가지의 사과나무는 익어가는 계절, 탐스러운 사과 열매들로 농부의 수고에 보답할 것이다. 사과나무의 가지가 하나라면 어떠한가. 나무는 건강할지언정 농부의 결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린 사과나무가 처음 줄기를 뻗어가는 것처럼 나의 성장도 그렇다. 이제 막 줄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어디로 뻗어나갈지 얼마큼 자랄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심신이 허할 때는 거름을 주는 농부처럼 스스로를 토닥여 줄 것이다. 신중하기보다 진취적인 편이라 이것저것 하려 할 때는 가지치기하는 농부처럼 지금을 돌아보며 나무를 가꿀 것이다. 개중에 브런치는 아주 건강한 줄기로 자라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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