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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Aug 02. 2024

인플루언서 도전 그리고 실패

자본주의 시대의 블로그 사용기 3

 초록 검색창에는 궁금한 게 무엇이든 명쾌한 답변들이 '언제나' 즐비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정보 제공자들은 나의 예상과 다르게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나는 무료로 정보를 제공받을지언정 그들은 나의 클릭 하나로 소정의 광고 수익을 받고 있었다. 정말이지 오늘날 돈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적게는 커피 한 잔 값이라지만 100원이 모여 만 원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순결했던 블로그에 물욕이 차츰 쌓여갔다. 중구난방이던 블로그가 '책'이라는 주제로 단장하고 소정의 광고 수익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여행 블로그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여행을 다녔고 기록하지 않으니 추억이 휘발되는 것 같았다. 쏠쏠했던 체험단을 그만두니 정작 아쉬운 건 나 자신이었다. 


 블로그를 하나 더 개설했다. 한 사람당 네이버 계정을 4개까지 만들 수 있으니 블로그도 최대 4개까지 개설이 가능했던 것이다. 두 번째 블로그는 소소한 협찬을 받으며 여행을 기록하는 콘셉트를 부여했다. 매주 다녔던 여행을 새로운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행 블로그 등급은 낮은 편이었지만 꾸준한 협찬 활동으로 미용실에 가고 피부 관리를 받았다. 블로그 체험단을 시작하고 나서 사비로 미용실에 가는 일이 없었으니 그것만으로 꽤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먼저 시작한 책 블로그는 인플루언서라는 높은 고지를 향해 점진 중이다. 찾아본 바 인플루언서 조건 중 하나는 주제의 통일성이다. 인플루언서 도전을 위해 책과 관련 없는 글을 지우고 나니 유입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등급이 하락했다. 도전하는 족족 떨어지지만 넘어져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다시 일어나 글을 쓴다. 


 '영상 매체가 판도하는 세상에서 블로그는 한물간 매체가 아닌가', '시장 규모가 너무 작은데...'라는 잡생각이 들 때마저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뱀의 머리가 된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은 일. 우회로는 있어도 틀린 길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막다른 골목길이라면 되돌아 나가면 그만이다. 블로그는 목표가 아닌, 하나의 점이다. 블로그는 목적이 그 무엇이든 글쓰기가 기반이 되므로 쓰기 훈련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처음 서평을 작성했을 때는 일주일이 걸리던 작업이 지금은 두세 시간이면 하나의 포스팅을 발행할 수 있다. 글의 수준이야 차치하더라도 나 스스로 엄청난 발전이라 가늠한다.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은 여전히 큰 부담이지만 투자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다른 자원에 사용할 수 있으니 좋은 방향으로 성장 중이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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