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걷기 수업>을 읽고
고도성장을 마친 문명국은 4차 산업을 넘어 인공 지능 시대에 도래했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며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졌지만 개인의 행복은 기술의 발전과 비례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은 앞만 바라본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무르면 도태될 것만 같아 분주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세대에서 나아가 현재 MZ 세대는 N포 세대라 불린다. 그들이 포기한 것에는 꿈과 희망까지 있으니 이보다 암울한 세대가 있었는가. 인생의 기쁨만 좇아도 유한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잠시 도심에서 빠져나와 자연으로 나가보라. 자연은 꼭 멀리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다. 집 앞 공원, 동네 뒷산, 멀지 않은 해변이 모두 자연이다. 잔잔한 파도 뒤로 하늘과 만나는 지평선의 경관, 녹음 짙은 공원의 지저귀는 새소리, 포근하고 눈부신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냄새, 들과 산에 깔려있는 흙과 수풀의 내음, 자연을 유유히 걸으면 그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은 말없이 그 모든 품을 내어준다. 도심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자연의 시간은 느긋하다. 걷다 보면 대지에 닿아 있는 발부터 살아있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몸속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되면서 마음의 불순물마저 정화되는 느낌이다. 일상에서는 아주 큰 문제들이 대자연에서는 아주 작은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모든 행동의 궁극적 목표와 우리가 부단히 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행복이다. 많은 이들이 '돈'을 갈망하지만 그 또한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행복은 우리 내면이 간절히 바라는 삶의 이유다.
과거에는 집 앞에만 나가면 자연이 펼쳐졌지만 오늘날 자연은 부러 차를 타고 찾아가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조차 드물어 '체험 학습'으로 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을 위해 우리 스스로 자연을 파괴한 대가를 처참히 치르고 있다. 묵묵한 자연은 나무와 자연의 동물, 널따란 대지 그리고 무수한 생명의 근원을 겸허히 인간에게 내어준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을 앗아갈수록 우리의 행복은 멀어져 갈 것이다. 의식적으로 자연을 찾아가야 한다. 자연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다. 자연은 우리의 내면을 형성하고, 우리의 외부를 둘러싸며 여러 방식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연 속에서 걷는 일 만으로 현재 나의 고민들이 하찮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연은 안온하고 평화롭다. 분주한 도심을 벗어난 것만으로 자연은 안식에 이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