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를 읽고
바야흐로 AI 시대에 도래했다. 분 초 단위로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 세상은 현실이며 우리는 내일이 곧 오늘이 되는 사회를 살아간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익숙하고 안락하다. 변화는 낯설고 언제나 두렵다. 존재가 불분명해 불안하지만 도피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내일이고 점진적 미래다.
모든 생명체 중 고귀하고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 인류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간의 뿌리가 동물이라는 그의 주장은 존엄한 인간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또한 지구가 중심이라고 믿었던 당시 인류에게 막대한 핍박을 받아 마땅했다. 우리는 우리보다 하찮은 동물의 후손이라는 진화론에 대한 거부감만큼이나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에 의해 완성된 천체역학 등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가히 '과학혁명'의 시대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200년 동안 전 세계 과학자들은 수많은 자연현상을 가설하고 예측했다. 19세기 물리학자 앨버트 마이컬슨은 이제 중요한 원리는 다 찾았으며 적용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단언한 지 11년 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길 잃을 걱정 없는 GPS, 더욱 안전한 여행의 동반자가 될 자율주행차의 배터리 기술, 유전자 치료,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AI. 현대 과학은 과거 도그마를 깨버린 과학자들의 열정과 도전의 결과물이다.
문명은 끝없는 변화의 산물이다. 경계를 깨트리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 모네와 케이지처럼 미래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경계에서 발견해야 할 새로운 길 위에 존재한다. 혼돈의 모서리에 올라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운전자가 될 것인가, 지속될 수 없는 정상의 허상을 부여잡고 끌려가는 수동적인 승객이 될 것인가. 우리는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난 역사에 많은 과학은 창조되기도 파멸되기도 했다. 내일의 과학은 오늘 인류가 상상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것을 탐구하고 시도할 것이다. 과학은 인간을 만나 새로운 문명을 보급한다. 과학은 인간을 만나 어떤 세상을 그려나갈 것인가. 도랑에 빠져서도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미래의 과학은 필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