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 동물의 딜레마> 서평
육류 산업은 많은 사람들이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게 되면 고기를 먹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도살이 비인간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대부분이 정확히 고기라는 게 무엇인지 아니면 고기를 우리 식탁에 올려놓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더 이상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_<잡식 동물의 딜레마> 중
풀보다 값이 싸고 다방면으로 활용도 높은 옥수수는 반추위 동물인 축산 농가 소의 주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옥수수는 모든 음식 산업을 점령했다. 우리가 맥도널드의 너깃과 콜라를 구입하여 먹어도 옥수수와 옥수수를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슈퍼마켓 진열대의 상품들만 보더라도 옥수수가 들어있지 않은 식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풀을 먹어야 하는 소가 옥수수를 먹게 되면서 소는 성장 속도가 빨라져 생후 1년 남짓이면 도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는 포화 지방이 더 많고 오메가 3 지방산이 더 적다. 또한 축산 농가는 마치 단백질 기계를 키우는 공장식 축산업으로 진화했는데, 이곳에서는 동물은 생명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새끼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떠한 마취도 없이 꼬리가 잘려나가고, 새끼 수퇘지는 거세까지 진행된다. 따스한 햇볕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암모니아 냄새가 그득한 공간에서 몸을 앞 뒤, 좌 우로도 움직이기 힘든 그 좁은 사육장에서 도축될 때까지 괴롭게 살아간다. 홀로코스트가 따로 없는 셈이다. 돼지는 본래가 영리하여 배설물을 다른 공간에 배출하는데 공장식 사육장에서는 똥범벅이 된 채로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 한다.
닭도 돼지와 다를 것 없다. 태어나자마자 부리는 뜨거운 칼에 잘려나가고 날개 한번 펼칠 수 없는 작은 사육장이라는 환경은 닭 스스로에게 부리로 털을 뽑는 자해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옥수수로 만들어진 사료는 두툼한 닭가슴살을 얻기에는 최적화된 시스템이지만 닭은 몸집에 비해 비대해진 가슴의 때문에 가느다란 발목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다.
공장식 축산업 동물들은 병들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본능과 면역력을 빼앗긴 동물들은 옥수수와 항생물질 그리고 동족의 내장이 섞인 사료를 먹는다. 자연에서 기른 동물이라면 절대 먹을 수 없는 물질들을 그렇게 먹도록 인간은 동물들을 진화시켰다.
풀을 먹어야 할 소에게 옥수수와 육식을 강행하며 항생 물질을 투여해서 얻어진 고기는 배부르고 맛있을 수 있겠으나, 분명 우리의 몸에는 무기력한 동물들의 일생과 불행했던 그들의 호르몬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기농으로 키운 동물들이, 동물 복지 마크를 단 동물들이 더 인도적인 도축을 당했다고 볼 순 없다.
소비자로서의 최선은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구입하기 전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것, 첨가물이 적은 것, 또한 음식 본연의 자태를 하고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겠다.
저자는 채식을 하라고 권하진 않지만,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출간하며 채식인이 되었다. 나 또한 10년 동안 잡식인이었는데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더 육식에 대하여 무거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식인 부족들 사이에서 발견되었듯이, 자신과 같은 종의 고기를 먹으면 특별한 질병의 위험이 따른다. 광우병과 놀랍도록 유사한 쿠루병이 장례식에서 죽은 친척의 뇌를 먹는 파푸아뉴기니아의 어떤 식인 부족에 퍼지기도 했다. 일부 진화 생물학자들은 이런 질병을 피하기 위해 동족을 잡아먹는 행위에 반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진행되어 왔다고 믿는다. 동물들이 자신의 배설물이나 자신과 같은 종의 시체를 혐오하는 것도 비슷한 진화적 전략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금기와 매우 흡사한 기능을 하는 위생학적 법칙을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가장 난처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공장식 농장에서 이런 진화적 법칙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장식 농장의 가축들은 가슴 깊이 뿌리내린 혐오감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가축들에게 그들의 본능을 항생물질과 바꾸도록 강요했다.
산업의 논리는 소에게 소를 먹이는 행위를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었지만, 이제 광우병으로 인해 여기에는 의문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은 아직까지 완전히 폐기되지 않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추동물의 단백질을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행위는 식약청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피와 지방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이 두어졌다. 내 송아지 534번은 아마도 인근의 도살장(내 송아지도 6개 월 후면 끌려가게 될)에서 나온 우지를 먹을 것이다.
_<잡식 동물의 딜레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