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를 읽고
앞과 뒤가 상반된, 앞서 어떠한 부정의 것이 쏟아져도 이것 하나면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는 말. 긍정의 역설이 가득한 말. '그럼에도'.
많은 부사 가운데 유독 좋아하는 네 글자다. 길게 얘기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로도 쓰이는 이 단어는 마법이자, 위로이며, 치유다.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럼에도 재도전할 것이다.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할 것이다. 잘 되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그럼에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 면접에서 떨어지고,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고 수년간 공부했던 자격증 시험에서 조차 낙방했다. 카드 명세서와 각종 고지서는 더욱 나를 옭아맨다. 이보다 어두운 잿빛이 있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비가 지나간 뒤에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듯 우리의 삶은 날씨와 닮았다. 지금의 고난, 힘듦은 곧 다가올 밝음을 위한 자양분이다. 일 년 내내 태양이 쨍쨍하다면 토양이 메말라 지구의 모든 식물이 시름시름 앓아갈 것이다. 작은 씨앗은 매서운 바람과 거센 빗줄기를 견뎌내며 더욱 깊숙이 뿌리내린다. 우리도 그러하다. 매일 밝은 날만 있다면 일상이 무기력하고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를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은 그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문득 내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부모님, 배우자, 자녀 등 누군가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어제의 일상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돌이킬 수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때로는 간절한 소망이자 애절한 속삭임이 되고, 완강한 다짐과 완곡한 외침이 될 말. 그럼에도."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온다. 흐르는 물처럼 붙잡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아침이 지나면 저녁 오듯 분주한 평일 뒤 안온한 주말이 오듯 인생은 그러하다. 우리네 인생 곡선은 마치 롤러코스터 같아서 살만한지도 모른다. 좋지 아니한 날에는 다가올 좋은 날을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좋은 날에는 그저 그날의 기쁨을 누리자. 비가 온 뒤 하늘은 분명 맑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