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인문학>을 읽고
수렵 채집생활을 했던 오래전 인류는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의 문명을 만들었다. 문명이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구석기시대는 '카더라'처럼 아주 먼 옛날의 신화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책으로 기록한다고 하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마지막 한 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800만 년 동안 인류는 진화를 거듭했을지언정 자본주의의 탄생은 200년도 채 안 되는 이제 막 역사의 한 줄을 기록할 정도의 분량이다.
원시 사회의 인류는 눈에 보이는 식량은 바로 위장에 비축해 두는 단기 목표에 충실했다. 1년 후에 어떤 동물을 사냥할 것인지, 10년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계획하는 일은 없었다. 오늘 작은 사냥감을 잡았더라도 배를 채우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많은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보이는 형상은 나은 방향으로 진보했을지라도 본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구리가 움직이는 파리만 잡아먹듯 우리의 본능은 여전히 구석기시대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축약한다면 자본주의는 단 1분도 채 안 되는 1-2초에 불과한, 시장에 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처럼 눈앞의 보상, 단기적 쾌락에 익숙하다. 그것이 본능이다.
본능대로 사는 것은 어떠한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보다 그 돈을 절약하는 것은 어렵다. 헬스장에 가는 것보다 저녁 약속 장소에 가는 것이 더 쉽다. 책을 읽는 것보다 잠을 자는 것이 편하다. 10년 후를 기대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즉시 보상이 오가는 투자가 좋다. 10년 후의 미래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을 좇는 것이다. 행복은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만 사는 것이 인생은 아니다.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한다면 지금은 조금 불편하고 굶주려야 한다.
꽃길만 걷던 사람은 흙길이 나타나면 주저하며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흙길을 오래 밟은 사람은 그간 마주한 돌멩이와 자갈에 익숙해져 큰 시련도 무던히 지나칠 수 있다. 곧 다가올 꽃길을 생각하며 오늘도 흙길을 걷는 것이다. 본능대로 살게 되면 미래의 불분명한 이익보다 눈앞의 보상을 선택하게 된다. 그 선택은 곧 가난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은 미래의 자산이 되는 분명한 투자처다. 하고 많은 땅 중에 왜 서울만 부상하고 있는 것일까. 수도는 분업의 이익이 가장 크고 사립학교 등이 많아서 교육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역시 수도만 일극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홍콩, 뉴욕 등 서로 국제금융 도시가 되려고 경쟁하고 있다. 세계는 글로벌 경제가 되면서 이제는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
정치인과 지방 사람들은 도시 평등화를 외친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서울 시민이나 그 외 시민이나 똑같은 소중한 한 표다. 따라서 정치인은 수도권 억제법과 같은 지방 활성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도시를 평등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한국 경제속도는 떨어뜨린다. 서울 집중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고 그러하며 미래도 그러할 것이다.
저자는 서울을 예찬하지만 서울 부동산만을 고집하진 않았다. 그간 다분한 독서로 얻은 통찰로 더러운 곳에 돈이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수가 손사래 쳤던 강원도 카지노, 허름한 집창촌 등을 매수하며 큰 손익을 얻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상가보다는 부동산 위주로 투자를 했던 것도 그의 투자 핵심 중 하나일 것이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0년간 주요 자산 가격 월평균 상승률을 비교하면 부동산보다 주식과 금이 많이 올랐다. 소비자 물가가 2% 상승할 동안 국채는 3.9%, 부동산은 평균 5% 상승했으며 금은 9.9%, 코스피는 9% 상승했다.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은 단기적 손익을 바라보기에 데이터와 다르게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없는 것뿐이다. 배당금이 나오지 않는 금에 비해 주식은 배당금이 있으며 부동산보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투자 시장이다.
자동차, 철강, 광업, 화학, 전자 산업, 섬유 산업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미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자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블루칼라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문명의 진보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은 사라지고 부자와 빈곤층이 늘어나는 사회는 다수를 불편하게 하며 대단히 불평등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자장면 가격이 300배 올랐다. 1971년 준공한 여의도 시범 아파트는 당시 212만 원이었지만 지금 시세는 9억 5천만 원이다. 47년 만에 448배 올랐다. 월급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 2024년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 원을 돌파했다. 현실적으로 몇 백만 원의 월급을 모아서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노동보다 투자로 얻는 수익이 더 크고 빠르다. 부자가 되는 승패는 투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