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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Dec 09. 2023

간절하고도 절실한 주문

<중심> 독후 감상문


  삶의 중심에 소망과 목적이 없는 사람들은 잔잔한 강물에 인생을 맡긴다. 물줄기가 갈라져도 물살이 강해져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잃은 채 흐르는 물에 몸을 의지한다.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다 보면 문득 닥치는 폭포를 피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폭포를 마주한 채 잘못된 길임을 깨달아도 거센 물살을 거스를 수 없는 법,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강물이 잔잔할 때 자신의 분명한 소망과 목적을 삶의 중심에 잘 세워야 한다. 그래야 강물을 거스르며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실패를 거듭 생각하게 되면 어느새 폭포 앞에 놓이게 될 것이다. 폭포를 만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는 과거의 내가 축적한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꺼린다. 그동안 변화해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넉넉한 시간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라고 변화에 변명을 걸쳐놓는다. 시간이 가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강물처럼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부정적인 생각을 끊는 순간 즉시 변화가 시작된다. 삶의 중심에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변화는 지금 바로 나 자신이 이루어내야 하는 작은 성공이다. 


 대부분은 상식의 벽에 부딪혀서 '할 수 없다'라는 마음의 벽을 깊이 쌓는다. 러시아 역도계 혜성이었던 바실리는 250kg라는 인간의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251kg짜리 원반을 249.5kg로 오인한 바실리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한 번 한계를 넘어본 바실리는 그 후로 7년 동안 80여 차례나 신기록을 경신했다. '상식'과 '한계'는 얼마든지 깰 수 있는 벽에 불과하다. '가능하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벽을 깬다면 한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깊은 내면에 한 가닥의 의심조차도 걷어내야 한다. 무의식의 맨 아래, 겹겹이 싸인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중심은 실체다. 그 실체를 건드리는 순간 우리 삶에 변화가 시작된다. 피상적인 소망은  아무런 성과를 발휘할 수 없다. 아주 간절히 원하는 소망은 구체적이어야 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소망하고 있는 것 외에는 전부 잘라버리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우리 내면은 말의 지배를 받는다. 말에는 각인력, 견인력, 창조력이 있어서 소망을 중심에 새기고 집중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내면의 중심에 간절한 소망이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해서 결국 중심을 오염시키고 말 것이다. 불안, 두려움, 공포, 열등감, 좌절,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중심은 더 큰 부정으로 전체를 물들인다. 소망이 중심에 닿게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면서 확실한 소망을 끊임없이 되뇌는 것이 중요하다. 저서에서는 이를 드림 센텐스라 칭했다. 10개의 긍정적인 어절로 만든 하나의 문장을 하루에도 수 백번 읊조리는 것이다. 분명한 소망은 누구도 그 의지를 꺾을 수 없다. 유일한 장애물은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뿐이다. 이것만 다스린다면 소망은 현실로 찾아올 것이다. 


 중심이 비어있는 사람은 그 공허함을 소망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려 든다. 우리가 대중 매체를 습관적으로 보고,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비어있는 중심 때문이다. 중심은 명사로서 존재하는 사랑이 아닌 동사로 존재하는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스스로 낮추고 희생하며 중심에 있는 동사의 사랑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3년을 예상하고 낯선 타지에 자리를 잡은 미혜와 강타는 궁핍하고 기약 없는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 몸을 담고 있는 강타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딱 6년 만이다. 빅 리그에 부상 선수가 생기면서 LA로 콜업되었다. 그러나 강타는 6년 만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리틀 야구단에 소속된 필승이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안 좋았다. 야구를 위한 고글을 맞추고 경기에 임하던 날이다. 필승이가 그토록 원했던 고글이었다. 필승이의 아빠 강타를 조롱하던 상대편 아이의 공에 고글이 잘못 맞았다. 필승이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 아프다고 울부짖는 필승이는 응급실에서 6시간의 대기 끝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다친 오른쪽 눈은 시력을 잃을 거라고 주치의는 전했다. 미혜는 가슴이 미어진다. 그나마 좋았던 오른쪽 눈까지 멀게 되면 세상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엄마로서 이 슬픔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본인의 각막기증도 알아봤지만 각막기증은 죽은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대기도 장작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처절한 인생에 눈앞이 깜깜하다. 


  필승이는 눈을 다치기 전부터 이따금씩 섬뜩한 예언을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럴 때면 미혜도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눈을 다친 이후로는 그 악몽이 매일 아침이면 반복된다. 동생 연승이를 측근에게 맡겼지만 연승이까지 챙길 여력이 되질 않는다. 6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친 강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미혜는 끝까지 버텨보자고 의지를 보인다. 


  강타는 닥터 홀랜드가 알려준 드림 센텐스를 읊조린다. "나는 1년 안에 풀타임 빅 리거가 되어 날마다 최고의 플레이를 즐긴다." 막연한 소망보다 흘린 땀방울을 믿었지만 닥터 홀랜드가 알려준 드림 센텐스를 되뇌고 있으면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온몸에 전류가 스치고 지나는 듯한 짜릿함이 흐른다. LA 콜업을 실패로 끝났지만 강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인디언스 주전 우익수의 척추 부상으로 그 자리에 강타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강타는 만년 꼴등이었던 인디언스 승리를 이루게 한 일등 공신이 된다. 이대로라면 드림 센텐스대로 강타는 수십 억대 연봉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당연하다.


 필승이는 중환자실에서 며칠간 깨어나지 않는다. 맥박과 혈압 그리고 심박수는 정상이건만 달콤한지 깊은 잠에 오래도록 빠져있다. 미혜는 필승이가 다친 뒤로 매일 아침 필승이의 예언과 함께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렸건만 필승이가 중환자실에 간 뒤로 모순적이게도 미혜의 통증이 없어졌다. 미혜와 강타는 닥터 홀랜드와 엘살바도르 홍과의 대화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부부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삶의 '중심'에 대해 염원하고 간절히 소망한다. 


 "필승이는 밝은 마음과 완전한 시력으로 날마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다." 미혜를 비롯하여 강타는 새로운 드림 센텐스를 반복해서 외운다. 백 번이고 드림 센텐스를 반복하면 복잡하고 우울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개운해지는 것 같다. 부부는 비로소 홍이 언급한 '근본적인 이해' 앞에 다다랐다. 중심에는 동사로서 존재하는 사랑이 있었다. 모든 두려움을 걷어내고 동사로 존재하는 사랑을 중심으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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