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둬두지 말자!
올해 초에 친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홉수 이야기가 나왔다.
"후, 우리 올해 조심해야 돼 아홉수야 아홉수."
그 말을 듣고, 내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야 ㅋㅋ 뭘 그런 걸 신경 써. 그냥 살다 보면 안 좋은 일도 생기고 좋은 일도 생기는 거지 뭔 아홉수라 조심을 해 ㅋㅋ 오히려 그런 거 생각하다 보면 찝찝하고 괜찮아질 일도 괜히 더 걱정하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래도 괜히 좀 그렇잖아. 아홉수 조심해야 한다니깐. 그래서 나도 의미 있게 원래 올해 1월에 혼인신고하고 싶었는데 일부러 작년에 한 거야. 아홉수에 혼인신고도 하면 좀 그렇데."
친구와 친구 남편이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가 1월이라 의미 있게 사귄 날에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둘 다 아홉수일 때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니 두 집안 모두 반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는 1월 대신 12월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근심을 한가득 가지고 있는 친구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 마디 더했다.
"잘했어. 어른들의 의견에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으니깐 ㅎㅎ 그래도 그거 아홉수 너무 신경 쓰지 마! 아홉수 그게 진짜면 전 세계적으로 다 걱정해야지 정상적인 건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니깐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잘 지내면 되는 거야! 우리는 올해 아주 잘 먹고 잘 살 거야!"
"그렇겠지?"
"그럼! 그리고 우리가 만났을 때가 저번 아홉수 때였는데 지금까지 완전 베프로 잘 지내고 있잖아!"
"오 진짜 그러네!"
"그리고 까짓 거 우리는 한국인이니깐 오히려 아홉수 없는 거 아니냐?"
친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다시 되물었다.
"한국인이니깐 왜 아홉수가 없는 거야?"
"29살에는 만 나이로 계산해서 28살로 살고, 29살 되면 그냥 한국 나이로 계산해서 30살로 살면 되잖아!"
"ㅋㅋㅋㅋ그게 뭐야ㅋㅋㅋ말도 안 돼 ㅋㅋ근데 뭔가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네 ㅋㅋㅋ말이 되긴 되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아홉수"따위는 걱정 않고 올해를 보내기로 했고, 그런 마음가짐 덕분인지 친구는 무사히 재취업을 했고, 신랑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서, 따뜻한 LA에서 오손도손 잘 지내고 있다. 또한, 나도 마찬가지로 올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공모전에 제발 딱 하나라도 당선"이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무려 두 번이나 달성하는 쾌거와 좋은 생각이라는 매거진에 글까지 개제했으니 "아홉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정했던 목표 이상을 이루며 올해를 매우 잘 보냈다.
물론 이번해에 항상 좋은 일만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1년 동안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생기고 그런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잠깐 나쁜 일이 생겼다고 "아홉수라 그런가?", "역시 아홉수라 그래"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쿨하게 넘기다 보면 훨씬 더 멋진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다가오는 2022년에 자신이 아홉수가 된다고 벌써부터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걱정하는 것대신 "아홉수"따위는 쿨하게 스킵해 버리시고, 그 누구보다도 더 행복한 2022년을 보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