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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타장 Jan 15. 2023

눈먼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그리고 인간의 민낯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 작가 : 주제 사라마구

 * 번역 : 정영목

 * 출판사 : 해냄

 * 장르 : 소설 / 포르투갈 소설


시작은 평범했다.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에서 갑자기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이야기는 눈먼 남자가 안과에 방문한 이후 거기 있던 사람들과 또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하나둘 눈이 멀게 되면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결국 갑자기 눈이 멀게 되는 알 수 없는 질병은 전염병처럼 온 도시를 뒤덮고, 가장 먼저 눈이 멀게 된 사람들부터 수용소에 보내진다. 수용소를 경비하는 군인들이 멀찍이 있을 뿐이고, 모든 생활을 눈먼 사람들끼리만 해야 하는 것이다.


눈먼 사람들도 처음에는 누군가 보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지만, 금방 아무것도 의식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수용소 안은 눈먼 자들의 배설물과 시체 썩는 냄새로 아비규환이 된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의 문제는 눈먼 자들 사이의 폭력을 불러오고, 음식물 소유가 권력이 되어 성욕을 채우려는 폭력으로 번지면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책을 읽으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다.


이 모든 상황은 작가가 유일하게 눈 뜬 상태로 남겨 놓은 한 여성(안과의사의 아내)의 눈을 통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작가는 도시 전체가 눈먼 사람들로 가득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어쩌면 사람은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기 때문에 법과 도덕을 지키고, 인간다움을 지키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상황에서의 인간은 짐승의 무리와 다를 바 없다. 단지 말을 한다는 것 말고는 다름이 없을 정도다.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짐승보다 더 못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인간 민낯을 들여다보게 한다. 온갖 것들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인간들의 겉모습 뒷면에 가려진 진짜 모습, 그것을 들여다볼 기회가 되어서 생각이 참 많아지는 독서였다.


#눈먼자들의도시 #주제사라마구 #포르투갈소설 #노벨상수상작가 #인간의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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