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여행, 그 이후

100일의 듣기 여행-93일 차(호주 시드니)

by 유진아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하기는 두 번째다. 이직을 하기는 더 자주였지만, 자발적으로, 못 견뎌서 뛰쳐나온 것이 두 번이고 이후 모두 긴 여행을 떠났다. 퇴사가 유행인 것 같은 시대다. 퇴사를 하고 훌쩍 여행이나 유학을 떠나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여행을 하며 도움을 받은 블로그들에도 그런 글들이 많았다.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퇴사, 여행, 그다음은?


중요한 것은 오히려 다음이 아닐까?


첫 번째 여행을 다녀와서는 두 달만에 취업을 했다. 직종이 달라지긴 했지만 삶의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모습으로 살려고 퇴사했던 건 아니었다. 사실 첫 번째 여행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마음은 컸었다. 여행책을 만드는 이를 곁에서 지켜봤으니 더욱 그랬다. 귀국 후 두 달 정도는 소설 쓰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반 정도는 구상하던 내용대로 써 내려갔는데, 어느 순간 막혔고 그대로 덮은 채 다시 들여다보지 못했다. 취업과 동시에 학업을 다시 하면서 틈틈이 시라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쓰긴 했지만, 취미 같은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할 용기는 부족했다.


이번에 퇴사를 하면서는 다시는 조직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며 나왔다. 두 번째 퇴사는 여행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이전과는 다른 내 길을 찾고 싶었다. 여행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깊어졌고, 쓸 수 있는 대로 꾸준히 써보았다. 짧은 글이 7월 중 나오는 책에 실리게 되었다.


또 다른 글, 100일의 여행기는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다. 이런 걸 누가 읽을까? 내가 끝까지 쓸 수 있을까? 여행을 하며 계속 쓰는 게 쉽진 않았다. 그래도 매일, 가끔은 며칠씩 밀리기도 했지만, 글을 쓰고 인터넷에 올렸다. 두 달 넘도록 반응이 없었다. 시작한 일이니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쓰니 의외의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하고, 읽는 이도 늘었다. 100일이 끝나기 전에 독자가 100명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꾸준히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하루를 곱씹어보았고, 느끼고 생각한 것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나와 삶을 꾸준히 고민했다.


이제 일주일 후면 귀국이다. 이전 퇴사 때완 달리하고 싶은 일을 더 찾아보고 싶다. 덜 불안해하며, 남의 말을 덜 들고,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기. 그리고 다음 글은 퇴사와 여행, 그 이후의 좌충우돌에 대해 써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과정 자체가 행복한 여행이 되길 기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버거가 건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