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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경 Mar 27. 2016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아쉬운, 너무나도 아쉬운...


*주의 - 스포일러가 있는 감상입니다. 









한 줄 감상 : 만족도보다 아쉬움이 훨씬 더 많았던 영화.


1. 너무도 멋진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끝내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배트맨 VS 슈퍼맨. 이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라는 질문이죠.

이는 결고 단순한 싸움이 아닙니다.

상처 입었기에 비뚤어진 선행을 행하는 이=배트맨, 그리고 선행을 행하기에 상처 입게 되는 이=슈퍼맨.

이 둘 보여주고 과연 무엇이 정녕 옳은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선함을 쫓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초반 부분에서 중반부까진 '많은 이상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결국 이 질문에 대해 충분한 해답은 내리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처음엔 어리둥절을, 두 번째는 결핍에 대한 불만을, 마지막으론 짜증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초보자에겐 불친절하고 마니아에겐 불편하다.

기존에 DC세계관에 대해 모르는 초보관객은 대체 이 캐릭터가 왜 이러는지, 왜 이렇게 일이 흘러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무척 적었습니다. 그렇게 편집을 한 걸로 보이더군요.

그런 주제에 마니아들의 심기를 거슬릴 수 있는 장면들은 의외로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아이러니까지 보였습니다. (초반에 지미 올슨을 CIA로 만들고 바로 죽여 버린 거라던가.)

초보자는 어리둥절하고 마니아는 인상을 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와는 정반대의 노선과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를 시작하려 하는 DC에게 있어서 이건 상당한 악수가 아닐까 합니다.


3. 위대한 싸움에는 위대한 무대가 필요하다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배트맨 VS 슈퍼맨'입니다.

 이 양대 히어로 아이콘이 격돌하는 빅매치이기에 당연하게도 관객은 그 둘이 싸워야 할, 서로 자신의 120%를 뽑아내야 할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러한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그것이 이 빅매치를 꾸미는 무대 배경이죠.

그런데 그것이 없었습니다.

둘의 싸움은 갈등과 캐릭터들의 감정이 고조되고 그 압축된 에너지가 화려하게 폭발하는 클라이맥스로서의 배틀이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둘의 싸움은 타의에 의해, 그리고 대체 왜 미워하는 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싸움이 되어 버렸더군요.

이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고 관객의 기대를 가장 저버리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배트맨은 슈퍼맨이 살아있는, 인간의 신이자 정의로서 군림하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정의에 대한 광신이 야기한 인류 역사의 비극은 이미 역사책에 수많은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니까요. 이는 슈퍼맨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가 신으로서 만들어져 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과 그 비극을 배트맨이 상기함으로써 슈퍼맨을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그런 싸움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걸 꿈으로 때웠다는 것이 저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더욱이 제가 바랬던 배트맨의 싸움 이유는 "땅 위에 내가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간지 나는 수정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싸움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실제로 그를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하는 광신도 자경단의 만행과 그런 자경단까지 구해주는 슈퍼맨의 모습을 본 후 그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의회를 테러하는 광신도의 자폭 테러 같은 사건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신의 폭주에 대한 가장 확실한 안티테제는 그 신의 소멸이니 말이죠.

반대로 슈퍼맨 역시 배트맨에 대해, 그런 과격한 선행을 그만두게 해야 하는 존재이자 그 이유를 가졌어야 했다. 단순히 협박당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싸웠우는 배경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자신의 주변으로 조여 오는 압박의 배후에 배트맨이 있고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은'(예를 들면 바로 그 의회 폭탄 테러가 있군요.)' 그의 폭주를 중단시키기 위해 싸운다던가 말이죠.

그렇게 둘의 싸움은 정의 대 정의, 선함 대 선함, 신념 대 신념이어야 제대로 된 갈등과 파워가 나오고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는, 그런 싸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만... 그것이 없고 또한 갈등의 고조가 없었기에 둘의 싸움은 맥없는 애들 싸움 같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액션은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파워드 아머의 배트맨이 전 참 좋더군요.)

그렇게 애매한 싸움이기에 둘의 싸움의 해결 방안과 실마리도 그렇게 애매해 보이게 정리된 듯 보입니다. 사실 그 이미지는 그리 애매한 건 아니었다고 봅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알게 된 것으로 싸움이 중단되는 것의 의미는 '슈퍼맨 역시 한 어머니의 아들이자 인간인 존재라는 것'을 배트맨이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니까요. 거기에 이름이 같다는 것 역시 그런 '어머니의 아들'인 한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을 깨닫게 하는데 무척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파워가 나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이미 기본 무대에서의 갈등 고조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여겨지더군요.


4. 마무리 정리

이야기를 봤을 때 개인적으로 추론해보면 이 이야기는 배트맨 VS 슈퍼맨이 아니라 둠스데이가 나오는 '슈퍼맨의 죽음'이 기본 이야기였다고 여겨집니다.(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거기에 배트맨을 얹었을 뿐인 거죠. 오히려 배트맨이 없었다면 더 이야기가 집중되고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반대로 이번 배트맨은 좋았습니다. 어릴 적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 2탄으로 보고 팬이 된 이후 제가 본 영화 중 최고의 배트맨 캐릭터였습니다. 캐릭터 만으로서는 <다크 나이트>보다 이번 벤 에플렉의 배트맨이 훨씬 더 마음에 들더군요.

거기에 원더우먼도 제대로 역할과 매력을 행하고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그것이 각기 잘 유기적으로 뭉쳐 시너지를 내는 데는 실패한, 참 많은 아쉬움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요약.

 DC가 원한 것 - 저스티스 리그(돈방석)의 시작 "우리도 마블처럼 돈 벌고 싶다!"

 관객이 원한 것 - "배트맨 하고 슈퍼맨 하고 싸우면 졸라 환상적일 듯!"

 감독이 원한 것 - "슈퍼맨은 죽었어! 이젠 없어! 없다고!"

 관객이 보게 된 것 - "그래서 원더우먼 영화는 언제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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