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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경 Jul 30. 2017

책만 재미있으면 뭐든지 OK


<어떤 마술의 금서 목록>, <소드 아트 온라인>, <작안의 샤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등 수많은 대히트 라이트노벨을 담당했던 미키 카즈마 편집자가 자신이 일해온 방식과 그 이야기들에 대해 쓴 글.

작가이자 라이트노벨 편집자로서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편집자였기에 더욱 알기 쉽고 또 알 수 있었던 부분들이 더욱 뜻깊게 다가오더군요. 물론 일본과 한국의 상황&환경이 다른 만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도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창작자와 편집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 문구]


30p

 누구나 소설을 쓰고자 하면 먼저 '쓰고 싶은 것'이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이는 소설을 처음으로 쓰는 사람이든 프로 작가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에서 쓰고 싶은 것'을 처음부터 그 작품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철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소설을 써나가는 도중에는 쓰기 시작하기 전에 정한 '쓰고 싶은 것'에서 점점 벗어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데, 그렇게 되어버린 작품은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미'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건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더도 소설을 완결시키기 위해 쓰고 있으니까요.

 더 큰 문제는 '쓰고 싶은 것'에서 점점 벗어남으로써 작가 자신이 이야기의 전개 방향성을 잃어버려 작품을 완결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습니다.


p38

 작품에서 상정 독자는 매우 중요합니다.

 상정 독자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들려주고 싶은, 가장 책을 읽도록 하고 싶은 상대입니다. 상정 독자가 몇 살이고,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활을 보내고, 어떤 취미를 가졌고, 언제 책을 읽고, 학교나 직장에서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작품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도 상상해보면 좋습니다.


p40

 '상정 독자를 정한다'라는 것은 '상정 독자 이외의 사람을 배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에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작품을 쓰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모든 방향으로 사격을 하면 아무런 표적도 맞히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정한 누군가의 감정을 강렬하게 흔드는 '무기'나 '개성' 없다면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기 마련입니다. 즉 상정 독자의 마음조차 흔들지 못하는 작품이 상정 독자 외의 독자를 감동시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p52

 한 작품(한 권) 속에서 채용하는 트렌드는 많아도 2-3개로 압축해야 합니다. 독자가 좋아하는 트렌드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트렌드끼리 부딪혀서 무엇을 던달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는 작품이 나오거나, 한정된 소설 분량 속에서 많은 트렌드를 다루려고 하다가 무엇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족이 달리거나 무언가 모자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70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며, 주인공이나 히로인에게는 그것이 특히 더 요구됩니다.


p90

 창작을 할 때는 '자신의 체력(문장 기술, 구성력)'을 파악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활용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지닌 역량으로는 써낼 수 없다면, 결국 종반의 장면까지 이르지 못합니다.


p153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확실히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 '독자에게 작품을 판단할 기회를 얼마나 많이 제공할 수 있느냐'로 결정됩니다.


p211

 일러스트는 독자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이미지의 세계를 확장하고 몇 배로 승화시켜줍니다. 그것이 라이트노벨에서 일러스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p258

 소설 편집이라는 업무는 언뜻 화려하게 보이지만, 사실 별스러울 게 없는 반복적인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p295

 모두가 80%의 만족을 얻는 것이 미디어 믹스의 최선입니다. 약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100%의 만족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믹스가 잘 이뤄지면 콘텐츠의 수명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원작만 잘 팔리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팀으로서의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습니다.


p303

 담당하는 모든 책이 성공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실패라는 사태.

 그때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도 편집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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