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밀정

엄마와 아들의 숨바꼭질

by 유호현 작가

엄마에겐 마타하리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 친구의 딸이었던 그 아이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난 엄마가 괴물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어 학교로 찾아오셨을 때도 나는 늘 숨었다. 당시엔 내 시력이 1.5였다. 일단 창문부터 확인하는 게 루틴이었다. 엄마가 후문에 있으면 화장실에 한참 숨었다. 정문에서 날 기다리면 후문으로 잽싸게 도망쳤다. 난 꽤 숨바꼭질을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숨바꼭질은 처음부터 불공평했다.


“호현이 오락실 갔어요! 그런데 돈 없어서 구경만 해요.”

“호현이 시험 못 쳐서 손바닥 맞았어요. 산수 진짜 못해요!”

“호현이 싸웠어요! 싸움도 못해요.”


밀정은 거의 매일 엄마의 미용실로 찾아가 호현송을 불러주었다고 한다. 혹시 알고 있는가? 스파이의 대명사 마타하리는 ‘하루의 눈’이라는 뜻이다. 그 아이는 엄마의 눈이 되어주었다. 엄마와 다시 재회한 후에야 그 밀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명랑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뭇 초딩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인싸. 그런 인싸가 나 같이 평범한 아이를 감시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공부도 잘했다. 그야말로 엄친딸.

아직도 그 아이의 발표가 생각난다. 선생님이 ‘놀이’와 관련해 1분 발표를 준비해 오라고 하셨을 때, 난 ‘오징어게임’을 준비했다. 어정쩡한 박수를 받았다.

그 아이는 ‘숨바꼭질’을 준비했고 선생님부터 박수를 쳤다.


“숨바꼭질은 술래가 더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술래가 더 재미있다고? 아무도 안 하려는 그 술래가?

내가 산수를 못했지 국어까지 못하진 않았다.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패턴을 깨는 말이 참 맛있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엄마와 나의 오랜 숨바꼭질의 정확한 요약이었다.

난 잘 숨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늘 나를 찾아냈다. 치트키 같은 밀정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아니었더라도 엄마는 어떻게든 날 찾아냈을 것이다.

이 게임을 잘하는 비결은 사실 단순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잘 찾아낸다]


엄마는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겨서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마는 1996년 12월 19일 내 생일에 돌아가셨다.

그때 술래가 바뀌었다. 이제 내가 술래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이십 대 중반까지는 어디 숨어 계신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단히 틀어 올린 엄마 특유의 올림머리도 보인다.

이제는, 엄마가 나에게서 숨을 수 없다.

엄마는 너무 눈부셔서 눈을 감아도 보인다.


난 기억에 없지만 네 살 무렵,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를 보며 내가 말했다고 한다.


“나도 엄마 찾아갈 거야.”


엄마는 그게 감동이었는지 과장 하나 안 보태고 100번 넘게 말해주었다.

찾기는 개뿔. 숨어 다니느라 바빴다. 난 지각한 술래다.


그 마타하리는 아직도 나의 절친한 친구다. 그 친구가 삼십이 다 되어 말해주었다. 그건 아들인 나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호현아. 어머님이 그때 아셨어.”

“뭘?”

“너 화장실에 숨는 거.”

“...그럼 왜 그냥 돌아가셨대?”

“으이그. 그걸 질문이라고 하니?”


하긴, 찾겠다고 결심한 엄마 앞에서 상상력 부족한 초딩 아들이 어떻게 숨을 수 있었겠나.

그럼 차라리,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외쳐주지.

아니다. 그 말은 오히려 내가 더 외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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