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비가 내리면 비의 이름을 떠올린다
비, 비와 기쁨
내리쬐는 열기의 계절이 장마의 계절이고
영양분을 품고 자라나는 성장과 무지개의 계절이란 사실은 놀랍다
늦은 여름은 추수의 계절로 이어진다는 섭리 또한.
오아시스를 찾아 수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코끼리의 무리처럼
바로 옆의 세상에는 가뭄이 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바라고 있나 생각해 본다
나는 마음속에서 상하고 구르고 넘어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내리는 비 속에서 온전하기를
닮아야 할 형상을 닮아 내가 흘러갈 수 있기를
이름 없이 살다 간 이름들을 떠올린다
오늘도 그 이름들이 빗 속에 떠밀려 말라비틀어진 땅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