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과 카론

by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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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게도 달이 있다

이름은 카론이라고 한다

명왕성과 카론의 자전 주기는 동일하다


사람은 모두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에서 죽는다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별들이 태어나고 죽는 은하수 밑의 분화구 보다 깊을 우주에서

발등에 동일한 하루의 무게를 지고 걸어가듯 나와 자전 주기가 같은 존재가 있다는 건

행성의 고리가 돌아가는 소리뿐인 외로운 세계를 수백 년 견딜 수 있는 위로일지 모른다

어쩌면 끝을 알 수 없는 밑바닥의 바닥의 바닥으로 나를 던져놓고 싶은 순간

적막의 절망을 중심 삼아 또 돌기 시작하는 원동력일지도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겠다


나에게 달이라는 이름을 붙일 행성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는 달이 될 운명이었고

내가 달을 기억할 수 없을 때부터 너는 나를 중심으로 살았다

네가 달이 된 이후에는 하나의 궤도를 따르며 함께했다

나의 모든 걸 알고도 나를 벗어나지 않는 너는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나는 언제까지나 중심을 잃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

네가 달이기를 거부할 때까지

그러나 그런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달이 하루살이라도 기뻤을 텐데

달은 내 세계에서 영원하다

그것이 나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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