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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mel Dec 20. 2021

고객 찬스! 인터뷰로 알아보는
달러구트 수면 시장

탐색 인터뷰로 시장조사 진행하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꿀잠 주무셨길 바란다.

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숙면을 취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근 몇 년간 수면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을 테니까...


TMI로 (독자님도 모르고 저도 몰랐을) '세계 수면의 날'인 3월 19일을 맞아 필립스(Philips)에서 시행한 글로벌 수면 조사 결과에 의하면, 13개 국가 중 한국인은 55%만이 만족스러운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 (주말 7.7시간)인 반면,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6.7시간 (주말 7.4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튼, 이런 조사를 할 만큼 수면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수면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떠오른 수면 산업은 경제 발달과 함께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 이후, 활발해지는 선진국형 사업 중 하나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유튜브 채널 케이브 CAVE


문제는 이게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을 하고 있냐는 점이다. 해외 시장조사업체인 프로프쉐어(Profshare)에 의하면, 글로벌 수면 보조 제품 시장은 작년에는 751억 달러(약 92조 원)에 달했고, 2026년에는 1,115억 달러(약 137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11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국내 시장도 만만치 않은 게 2,800억 원에서 2019년에는 3조 원으로 7년 만에 6배나 성장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고 하니 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인생이 힘들고 불행해질 수 있다는 건 당연한 부분인 것도 같다. 직원들의 건강이나 퍼포먼스를 관리하려면 기업들도 복지의 형태로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점점 각광받고 중요해지는 삶과 소비, 경제의 일부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 그런데 여기까지 보다 보면 이런 생각 들지 않나?



이 꿀잠... 대체 왜 뜨는 거지...?!
사람들은 이 시장에서 "무엇"에 돈을 쓰는 거지?!



나만 그런가??!?!??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다.


어떻게?


직접 물어보는 걸로!






고객 문제를 알아보는 방법


시장에 대해서 그 시장의 고객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주체는 없다. 그래서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또한 그렇게 성공하지 않았나.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인터뷰와 설문조사. 그중에서도 인터뷰에는 탐색(discovery) 인터뷰사용적합성(usability) 인터뷰가 있는데 탐색 인터뷰는 상황에 따라 실제 사용자를 더 자세히 조사하는 데 목적을 둔 인터뷰인 반면, 사용적합성 인터뷰는 사용자가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제품/서비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인터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수면시장을 알아보는 걸 목표로 하니 '탐색 인터뷰'를 통해 조사해 볼 예정이다.



인터뷰에 앞서 필요한 것들


실제 정량 데이터로 뽑아낼 수 있는 설문조사와 달리 인터뷰는 대게 심층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성적 데이터를 모으는 데 사용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타깃하는 페르소나(Persona)*에 부합하는 고객 군을 인터뷰한다. 현재 나는 시장의 고객에게 정보나 인상, 감정을 얻어낼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수면 앱"이라고 불리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페르소나에 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링크).


인터뷰를 하게 되면 인터뷰에 앞서 질문지를 만들게 되는데, 그보다 더 앞서서 인터뷰를 하는 배경과 목적, 테스트해 볼 가설을 세워야 한다. 단어의 고유한 뜻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니 설명은 생략하고, 수면시장을 타깃으로 한 내 인터뷰의 배경과 목적, 가설은 다음과 같이 뽑아낼 수 있다.


배경: 수면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목적:
수면시장의 고객들이 문제로서 겪고 있는 주요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무엇인지,
시장의 대표적인 고객 페르소나는 무엇인지,
시장의 선두주자로는 어떤 프로덕트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가설:
사람들은 자신의 수면 상태가 어떠한지 궁금할 것이다.
사람들은 "수면 앱"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고, 수면은 그중 중요한 일부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수면이나 건강에 관한 데이터를 기록으로 갖고 싶어 할 것이다.
수면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의 수면 상태 및 질환을 개선하고 싶어 할 것이다.
숙면 후에도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수면 앱을 사용할 것이다


인터뷰의 사전 준비를 하면서 내가 인터뷰할 사람들의 잠재적인 demographic까지 추정해 볼 수 있었다.


• 수면질환(코골이, 이갈이, 수면 무호흡증 등)의 유/무

• 숙면 후 여전히 피로를 느끼는지

• "더 나은 삶" 혹은 자기계발에 관한 욕구 어떤 키워드나 트리거를 통해 이걸 구분할 수 있을까?!

• 연령 보통 몇 세 이상이 되면 수면 건강을 체크할까?

• 성별 대게 남성보다 여성이 불면증을 1.7배 더 많이 겪는다(폐경/호르몬의 영향)

• 육체적 활동 여부 운동을 하는지 / 무리하게 신체를 사용하는 직군인지



인터뷰 질문


위의 배경과 목적, 가설을 바탕으로 내가 만든 인터뷰 질문지다.

기본적으로 설문지와 달리 꼬리의 꼬리를 물며 인터뷰이가 하는 이야기와 자연스러운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전체적인 틀 안에서 참고할 수 있을 만한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인터뷰 질문지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인터뷰 결과


수면 분석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주변의 지인이 있어 실제로 수면시장과 현존하는 수면분석 서비스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디테일에 들어가기에 앞서 설정한 인터뷰의 목적과 가설 검증 결과를 먼저 소개한다.


인터뷰 목적 달성 여부

목적:
1) 수면시장의 고객들이 문제로써 겪고 있는 주요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무엇인지,
2) 시장의 대표적인 고객 페르소나는 무엇인지,
3) 시장의 선두주자로는 어떤 프로덕트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첫째인 수면시장의 고객들이 문제로써 겪고 있는 주요 페인 포인트는 역시 수면 상태의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수면 상태의 개선은 수면 질환을 앓는 이들 외에도 현재 수면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들 또한 포함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의 대표적인 고객 페르소나는 한 명의 고객 인터뷰로는 단정 짓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래도 현재까지의 인터뷰 데이터에 의하면 수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가장 대표적인 고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로 시장의 선두주자로 국내에서는 오토 슬립(Auto Sleep)을 꼽을 수 있겠다. 내가 만난 인터뷰이가 사용한 프로덕트이기도 하지만, 애플 워치와 연동될 수 있다는 점이 고객의 유입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토 슬립은 현재 앱스토어 내 건강 및 피트니스 부문 유료 앱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설 검증 결과

가설 검증 결과:
✔️ 사람들은 자신의 수면 상태가 어떠한지 궁금할 것이다. 
✔️ 사람들은 "수면 앱"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고, 수면은 그중 중요한 일부일 것이다.
✔️ 사람들은 자신의 수면이나 건강에 관한 데이터를 기록으로 갖고 싶어 할 것이다.
✔️ 수면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의 수면 상태 및 질환을 개선하고 싶어 할 것이다.
✔️ 숙면 후에도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수면 앱을 사용할 것이다.


비록 내가 인터뷰한 수면시장의 고객은 한 명이었기 때문에 인터뷰 결과에 관한 인사이트가 주는 객관성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인터뷰 결과에 의하면 처음 설정했던 모든 가설이 들어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 핵심 요약 및 인사이트


인터뷰의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 내가 만난 고객의 경우 시장의 유입 배경으로 호기심과 수면 질환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 아직까지의 슬립 테크 프로덕트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 방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현재 모바일 기기로만 수면 상태를 진단하는 수면 어플의 컬트는 과학적으로 얼마나 입증됐는지 알 수 없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벽에 치여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 고객은 오토 슬립의 스마트 알람 기능을 유용하다고 꼽았다. 슬립 사이클을 사용했던 배경으로, 해당 기능은 필자도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 고객은 수면 환경을 기록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애플 워치의 여파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오토 슬립이 가장 잘 나가는 듯하다(현 앱스토어 건강 및 피트니스 유요 앱 부문 1위). 슬립 사이클이라고 크게 차별점을 가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애플 워치에서의 연동이 고객 유입에 기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한 명의 인터뷰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다양성, 객관성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수면 시장과 시장 내 실제 고객, 그리고 그들의 니즈와 애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 유의미한 정보를 걷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이렇게 해볼 걸'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결과다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인터뷰를 도와주신 익명의 고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참고 자료


대한민국 꿀잠 프로젝트 2022, "수면산업협회·메디씨앤씨 주최..."인생의 3분의 1이 잠,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숙면을 취할 때까지""

메디게이트 뉴스, "세계 평균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수면 만족도 14% 낮아"

메디게이트 뉴스, "잠자던 '수면데이터' 깨우면 수면질환 치료∙기술 발전한다"

메디게이트 뉴스, "[슬립테크] ‘수면장애’ 진료 환자 64만명...전년대비 13% 증가"

유튜브 채널 케이브 CAVE, "수면과 산업"

헬스조선 뉴스, "[생애주기별 수면 관리③] 여성의 수면은 남성과 다르다"



*상단 이미지 출처: Jeremiah Mor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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