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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식 감자탕

by 취사병세끼

취사병 생활을 하다 보면 메뉴판에 적힌 이름과 실제 조리 과정이 천지차이임을 깨닫게 된다. 그날의 메뉴는 감자탕이었다. 군대에서의 감자탕은 그저 돼지등뼈와 감자, 각종 재료들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는 의미였다.

나는 감자와 뼈를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진짜 감자탕 맛을 낼 수 있을까?"

돼지등뼈는 냉동 창고에서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얼음 덩어리처럼 단단했다. 해동과 핏물 제거를 위해 가마에 물을 담아 넣었더니, 곧 특유의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이에 뼈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팔팔 끓이는데,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른 기름 덩어리와 거품이 가마를 점령했다. 국자 하나 들고 기름을 걷어내고 난 뒤에는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감자탕의 핵심은 국물 맛이다. 주어진 재료는 고춧가루, 된장, 마늘, 생강, 그리고 각종 조미료. 우리는 두루뭉술한 레시피 대신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감각에 의존했다. 간을 맞추기 위해 수십 번 국물을 떠먹다 보니 배가 불러왔다.

감자는 국물이 충분히 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입되었다. 큰 솥에 감자를 넣고 푹 삶으니, 부드럽게 익어 국물과 조화를 이뤘다.

완성된 감자탕은 바트에 담았고 이어 부대원들의 군용 식판에 담겼다.

"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요?"

"감자가 너무 잘 익었어요."

국물을 한 숟가락씩 뜨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부대원들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취사병의 다소 번거로운 손길로 완성된 감자탕은 다행히 단순한 메뉴 그 이상의 호평이었다.

"감자탕은 뼈에서 나오는 깊은 맛처럼, 기다림과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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