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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만드는 달걀장조림

by 취사병세끼

달걀장조림은 처음엔 간단한 요리처럼 보였다. 달걀을 삶고 간장에 졸이면 끝나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반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대 취사실에서 달걀장조림을 준비하는 과정은 전혀 달랐다. 아침 메뉴로 달걀장조림이 정해졌을 때, 삶아야 할 달걀 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300개가 넘는 달걀을 삶고 껍질을 벗기는 일은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삶는 과정부터 예상 밖의 난관이었다. 거대한 솥에 물을 끓이고 달걀을 하나씩 넣으면서도, 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물이 끓어오르자 달걀들이 서로 부딪히며 깨지기 시작했다. 깨진 달걀을 골라내며 시간을 맞추고, 불 조절에 신경 쓰는 동안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삶은 달걀을 찬물에 식힌 후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계속된 작업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완벽하게 껍질을 벗기는 데 필요한 집중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껍질 벗기기가 끝난 달걀들을 간장 양념에 졸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솥에 달걀, 고기, 고추를 넣고 간장, 물, 설탕, 마늘로 맛을 내면서 양념이 달걀에 고르게 배도록 뒤집고 또 뒤집었다. 간이 제대로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했다. 너무 오래 졸이면 짜고, 너무 짧으면 싱겁다. 간단히 양념을 붓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꾸준히 솥을 지켜보며 손을 움직여야 했다.

완성된 달걀장조림을 배식대에 올렸을 때, 다행히 부대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장조림 진짜 맛있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뀌었다. 달걀 하나를 조리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달걀장조림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섬세함과 집중력이 필요한 진정한 도전이었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교훈을 남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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