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메뉴로 굴무국이 결정되었다. 굴은 겨울철에 특히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해 군대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재료지만, 손질부터 조리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작업이 필요한 재료다. 맑은 국물에 무와 굴이 어우러지는 이 요리를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일은 취사병에게도 꽤나 도전적이다.
굴 손질은 예상대로 까다로웠다. 냉동 상태로 보관된 굴은 해동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해수를 먼저 제거해야 했다. 찬물에 여러 번 헹구며 굴 껍데기나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은 손끝의 감각이 점점 무뎌질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 찬물 속에서 반짝이는 굴을 손에 쥐고 있자니 바다의 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무는 적당히 두껍고 일정하게 썰어야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난다. 무를 도마 위에 올리고 칼질을 시작했는데, 두께가 들쭉날쭉한 걸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 좀 똑바로 썰어야 국물 맛도 균일하지 않겠냐?" 다행히 다시 썬 무를 솥에 넣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맑은 국물의 비결은 육수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내 기본 육수를 만들고, 손질한 무를 먼저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무가 투명해질 때쯤, 준비해둔 굴을 넣었다. 굴이 국물에 익으면서 퍼지는 고소한 향은 취사실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청양고추와 송송 썬 대파를 뿌리니 완성된 굴무국이 솥 안에서 고운 색감을 자랑했다.
배식대에 올라온 굴무국을 본 부대원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국자를 들었다. "와, 이 국물 진짜 얼큰하다. 굴도 싱싱합니다!"라는 말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먹고 나서야 나 역시 이 국물의 맛에 감탄했다. 바다의 향기와 무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한 그릇만으로도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이었다.
굴무국은 단순히 무와 굴을 넣고 끓이는 국물이 아니다. 재료 하나하나의 손질과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정성을 더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요리다. 오늘의 교훈은 간단했다. 맑은 국물일수록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 그렇게 취사병의 새로운 레시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