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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최고난이도 메뉴

by 취사병세끼

갈비탕은 깊은 국물 맛과 부드러운 갈비살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군대에서 갈비탕을 끓이는 날은 그야말로 정성과 인내의 날이다. 갈비탕이 오늘 저녁 메뉴로 확인된 순간, 나는 오늘 저녁 조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갈비 손질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냉동된 소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작업은 단순해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50인분이 넘는 갈비를 큰 양푼에 나눠 담고 몇 번씩 물을 갈아주며 핏물을 뺐다. 물이 점점 맑아지자 비로소 갈비를 솥에 넣어 끓일 준비를 마쳤다.

육수를 내는 작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거대한 솥에 물을 가득 채우고 갈비와 무, 대파, 마늘, 생강을 넣어 한참을 끓였다. 불 조절을 잘못하면 국물이 탁해지고, 갈비살이 질겨질 수 있기 때문에 솥 앞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비에서 우러나온 기름과 불순물을 걷어내는 작업이 반복됐다. 깨끗한 국물을 유지하기 위해 몇 번이고 거품을 걷어내는 일이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다.

갈비가 부드럽게 익어갈 때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간을 보는 순간 긴장이 고조됐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아야 븐대원들에게 완벽한 국물을 선사할 수 있었다. 적당한 간을 맞추고 국물을 끓이던 중, 송송 썬 대파를 넣어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배식대에 올라간 갈비탕을 본 부대원들은 한 숟가락씩 떠먹으며 감탄했다. “이거 국물 정말 진하다!” “갈비가 진짜 부드럽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조리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갈비탕은 단순히 맛있는 국물이 아니라, 깊이와 정성이 담긴 요리라는 걸 깨달았다. 핏물을 빼고, 불순물을 걷고, 불 조절까지 신경 쓰며 완성된 국물 한 그릇은 취사병의 노력이 그대로 녹아든 결과였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갈비탕을 끓이는 일이야말로 취사병의 최대 위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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