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은 깊은 국물 맛과 부드러운 갈비살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군대에서 갈비탕을 끓이는 날은 그야말로 정성과 인내의 날이다. 갈비탕이 오늘 저녁 메뉴로 확인된 순간, 나는 오늘 저녁 조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갈비 손질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냉동된 소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작업은 단순해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50인분이 넘는 갈비를 큰 양푼에 나눠 담고 몇 번씩 물을 갈아주며 핏물을 뺐다. 물이 점점 맑아지자 비로소 갈비를 솥에 넣어 끓일 준비를 마쳤다.
육수를 내는 작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거대한 솥에 물을 가득 채우고 갈비와 무, 대파, 마늘, 생강을 넣어 한참을 끓였다. 불 조절을 잘못하면 국물이 탁해지고, 갈비살이 질겨질 수 있기 때문에 솥 앞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비에서 우러나온 기름과 불순물을 걷어내는 작업이 반복됐다. 깨끗한 국물을 유지하기 위해 몇 번이고 거품을 걷어내는 일이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다.
갈비가 부드럽게 익어갈 때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간을 보는 순간 긴장이 고조됐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아야 븐대원들에게 완벽한 국물을 선사할 수 있었다. 적당한 간을 맞추고 국물을 끓이던 중, 송송 썬 대파를 넣어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배식대에 올라간 갈비탕을 본 부대원들은 한 숟가락씩 떠먹으며 감탄했다. “이거 국물 정말 진하다!” “갈비가 진짜 부드럽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조리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갈비탕은 단순히 맛있는 국물이 아니라, 깊이와 정성이 담긴 요리라는 걸 깨달았다. 핏물을 빼고, 불순물을 걷고, 불 조절까지 신경 쓰며 완성된 국물 한 그릇은 취사병의 노력이 그대로 녹아든 결과였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갈비탕을 끓이는 일이야말로 취사병의 최대 위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