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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의 돼지간장불고기 레시피

by 취사병세끼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만들어본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불고기였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작됐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간장불고기. 간단하지만 정성이 필요한 요리였다. 수백 인분을 준비해야 하는 대량 조리라면 대충 지나칠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이 메뉴에 더 신경을 써보고 싶었다.

돼지간장불고기의 첫 단계는 고기의 손질이었다. 얇게 썬 고기가 양념과 잘 어우러져야 간장불고기의 매력이 배가된다. 고기를 손질하며 “과연 이게 제대로 맛있게 나올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양념장은 간단했다.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추. 하지만 비율이 중요했다. 적당히 섞은 양념을 고기에 부어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렀다. 대량 조리라면 기계적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과정이지만, 손으로 직접 양념을 입히는 이 시간이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고기를 가마에 올리는 순간, 간장과 마늘의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동기들이 지나가며 “오늘 불고기 향 장난 아닌데?”라고 한마디씩 던졌다. 그 말이 묘하게 뿌듯했다. 가마 위에서 자작하게 졸아들며 익어가는 고기들을 보니 이 메뉴가 오늘 부대원들에게 좋은 한 끼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원들은 줄을 서서 식판을 내밀었다. 돼지간장불고기를 담아주며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첫 숟가락을 먹은 대원이 말했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요? 취사병님, 오늘 뭐 특별히 넣었어요?”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특별한 재료는 없었다. 다만, 손끝에 조금 더 정성을 실었을 뿐이었다.

오늘 돼지간장불고기를 만들며 느꼈다. 군대에서의 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한 끼일 수 있지만, 때로는 마음을 채우는 한 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평범한 메뉴가 조금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 경험은 내게 요리란 결국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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