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두부탕국은 오늘도 내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음식이었다. 취사병으로서 군대에서의 일상은 늘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의 메뉴 중 하나는 쇠고기두부탕국이었다. 국물 요리는 준비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지만,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다 보니 과정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작은 실수도 금세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얇게 썬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으면서 고소한 향이 취사장 안에 퍼졌다. 그 향은 고단한 아침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고기가 익으면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며 다시 한 번 맛을 본다. 두부를 부드럽게 썰어 넣고,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리며 마무리하면 오늘의 국이 완성된다. 60인분, 때로는 그 이상을 준비하면서도 매번 신경 쓰는 건 간의 균형과 재료의 상태다. 오늘도 잘 됐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끓고 있는 국물에서 올라오는 증기가 그런 마음을 조금은 덜어준다.
국을 배식하면서 동료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오늘 국 맛있네.” 그 짧은 말이 피곤했던 아침을 위로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국이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집에서 먹던 익숙한 맛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국은 어쩌면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힘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데우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취사병 생활을 하며 느낀 건,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을 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준비한 쇠고기두부탕국 한 그릇이 오늘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어주었기를 바란다. 집밥 같은 위로를 담아내는 건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을 다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에게도 기억에 남는 국물이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혹은 힘든 날 친구가 만들어준 라면 한 그릇처럼 말이다. 당신은 어떤 국물이 가장 생각나는가. 그리고 그 국물은 당신에게 어떤 기억을 남겼는지. 나는 궁금하다. 오늘의 쇠고기두부탕국처럼, 당신에게도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 음식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