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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의 선입견을 깬 메뉴

by 취사병세끼

"오늘 아침 메뉴가, 콩비지찌개?"

이른 아침, 조리장에 들어서자마자 메뉴판을 확인했는데, 오늘 아침 메뉴는 바로 콩비지찌개였다. 순간 ‘콩비지?’라는 단어에 갸웃거리며 잠시 멍해졌다. 사실 콩비지는 내가 자주 먹지 않는 음식일뿐더러 솔직히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콩비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콩비지찌개에 들어갈 재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우선 콩비지를 준비했다. 곱게 갈려진 콩비지를 손에 들고 있으니, 보드라운 질감이 손끝에 전해진다. ‘이걸로 과연 찌개가 되려나?’ 하는 걱정도 살짝 있었지만, 콩비지는 맛이 깊어지도록 약간 볶아주는 게 좋다고 해서,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주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자 “아, 이게 콩비지의 매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찌개를 끓일 차례다.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와 멸치로 깊은 맛의 육수를 먼저 우려낸다. 콩비지찌개의 포인트는 바로 이 국물 맛이라고 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해주고, 돼지고기와 김치까지 아낌없이 투하했다. 돼지고기가 익어가며 국물에 고소한 감칠맛을 더해가는데, 아 김치찌개 같은 이 맛이 바로 ‘군대식 콩비지찌개’가 아닐까 싶었다.

드디어 볶아놓은 콩비지를 넣고, 중불로 은근히 끓이며 모든 재료들이 어우러지게 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면서 콩비지가 국물에 살포시 녹아들어 가니, 찌개가 진한 크림처럼 변해간다.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찌개를 보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콩비지에 대한 선입견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니, 콩비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의 진한 감칠맛과 김치의 시원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그동안 가졌던 콩비지에 대한 선입견이 단번에 사라진 콩비지찌개 조리를 끝으로 오늘도 취사병의 하루가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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