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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식 치맥 파티

by 취사병세끼

오늘 메뉴를 확인하는 순간, 살짝 한숨이 나왔다. 무려 고추바사삭치킨 400조각을 튀겨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완제품이지만 튀김솥 앞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 걸 생각하니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될 거란 걸 직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날은 장병들에게도 큰 기대를 주는 날이었다. 게다가 감자튀김에 치즈시즈닝, 심지어 무알콜 맥주까지 제공된다고 하니, 이건 거의 군대판 치맥 파티였다.

400조각은 숫자 이상이었다. 기름이 적당히 달궈진 튀김솥에 치킨을 하나씩 넣으며 조리하기 시작했다. 튀김을 너무 많이 넣으면 기름 온도가 낮아져서 바삭함이 부족하고, 적게 넣으면 작업이 너무 오래 걸린다. 적당한 양을 유지하며 조심스레 튀겨내는 작업은 집중력의 연속이었다.

치킨 한 조각 한 조각이 바삭한 황금빛으로 익어갈 때마다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 남은 치킨들을 보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치킨이 바삭하게 튀겨질 때마다 주방에 매콤하고 고소한 향이 가득 퍼졌고, 옆에서 튀겨지는 감자튀김까지 더해져 기분 좋은 냄새가 주방을 채웠다.

튀김이 끝난 치킨과 감자튀김을 트레이에 담으면서 마지막 터치를 더했다. 바로 치즈시즈닝이었다. 노란빛 치즈가루를 치킨 위에 골고루 뿌리니 단순했던 치킨이 감칠맛 가득한 특별 메뉴로 변신했다. 감자튀김도 치즈시즈닝을 더하니 완벽한 조합이 완성됐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무알콜 맥주였다. 치킨과 맥주는 언제나 최고의 조합 아닌가. 무알콜 맥주가 배식 메뉴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듣고 장병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시원하게 냉장된 무알콜 맥주가 치킨과 감자튀김과 함께 제공되니, 주방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이 배가되었다.

배식 시간이 되자 장병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이게 진짜 군대 음식인가요?”, “치킨에 무알콜 맥주라니, 오늘은 진짜 역대급입니다!”라며 들뜬 목소리가 이어졌다. 치킨과 감자튀김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니, 오늘의 고단함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400조각의 치킨, 감자튀김, 치즈시즈닝, 그리고 무알콜 맥주까지. 오늘의 저녁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작은 축제 같은 시간이 되었다. 취사병으로서 이런 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인지 다시금 느꼈다.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미소 짓게 만든 오늘의 한 끼는,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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