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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크리스마스

by 취사병세끼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특별한 날이다. 특히 군대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더더욱 그렇다. 추운 겨울날, 취사병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한 빠네 투움바 파스타였다. 크림 소스와 매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이 요리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선물하기에 딱 알맞았다.

빵볼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노릇하게 구운 빵을 조심스레 속을 파내고, 그 안에 크리미한 투움바 소스를 담는 상상을 하며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소스는 크림과 토마토소스가 어우러져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새우와 버섯, 그리고 고소한 치즈를 듬뿍 넣으니 풍미가 완벽해졌다.

가장 큰 도전은 이 크리미한 소스를 모든 장병들에게 골고루 제공하는 것이었다. 대량으로 소스를 만들면서도 맛의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빵볼이 부서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주방에서 흘리는 땀방울보다 더 뿌듯한 것은 이 특별한 날, 장병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배식 시간이 되자 크리스마스 음악이 살짝 울려 퍼지는 식당에서 장병들이 빠네 투움바 파스타를 받아들며 환호하는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이게 진짜 군대 음식 맞나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파티네요!”라는 말들이 주방에까지 들려왔다. 특히 빵볼 속의 소스를 듬뿍 찍어 먹는 모습을 보니 오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준비한 빠네 투움바 파스타는 그 선물의 일부였다. 따뜻한 한 끼로 모두가 잠시나마 가족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주방에서도 따뜻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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