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엄마와 함께 하는 일탈적 수요일 1

by A록

한쪽 귀를 뚫고 선글라스를 끼고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자동차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있다. 차의 지붕을 열고 음악을 크게 틀고 빠른 속력으로 어디론가 향한다. 그곳은 00 초등학교. 오늘은 그녀의 딸을 포함한 4인방의 일탈 데이.

“기다려라! 엄마가 간다아!”


일탈 데이를 생각하고 추진한 것은 지금 학교로 달려가고 있는 바로 그녀. 아침에 바다 산책을 하며 신나게 놀다가 학교에 있는 그녀의 딸과 친구들에게 뭔가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 명의 엄마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과 돈과 힘, 그 모든 것을 4인방에게 기꺼이 바칠 각오를 하고.


“야! 타!”

“끼아아아아아아아악!!!!”

학교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은 전속력으로 뛰어와 트렁크에 가방을 던져 넣고 차에 올라탔다. 아이들은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진동에 순식간에 튜닝하며 흥얼거리고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뭐 먹고 싶어?”

“떡볶이요!”

“김밥!”

“야 진짜? 더 좋은 거 먹어도 돼~”

“저 오늘 꼭 떡볶이 먹고 싶어요. 맛있는 집 알아요.”

“저는 김밥 진짜 먹고 싶어요. 참치김밥.”

“나도 맛있는 집 아는데 거기 김밥이랑 떡볶이 다 있으니까 거기로 갈까?”

“좋아요!!!”


“저 근데 너무 더워요.”

“수영장 가면 안 돼요?”

“수영장은 지금 못 가고 바다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올래?”

“네!!!!!!!”

“가즈아!!!!”


차는 학교 근처 바다로 향했다. 3분 25초 만에 도착한 공천포 바다. 아이들은 차 문을 열고 튀어나가 바다로 달려갔다. 첨벙첨벙! 바로 뛰어드는 제주의 아이들.

“아 완전 시원해!!!!”

“야 진짜 천국이다!!!!”

“적당히 하고 나와! 옷 다 젖으면 밥 먹고 바로 집에 가야 되니까 바지는 안 젖게 해!”


이미 다 젖은 아이도 있고 아차 하고 나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바다를 보면 달려가 머리끝까지 담그고 마는 그녀의 딸은 오늘 웬일로 무릎과 팔과 얼굴만 담그고 옷은 거의 안 젖었다.

“너 오늘 웬일이냐?”

“나머지 일정을 생각해야지. 이제 시작인데.”

역시, 그녀의 딸다웠다.


“가자! 타!”

김밥 집으로 가는 길, 핸드폰을 4인방에게 넘기고 음악 선곡을 맡겼다. 차에 연결된 블루투스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흘러나온다. 볼륨을 좍 올렸다.

“롤린 롤린 롤린~ 헤이! 롤린 롤린 롤린~ 하루가 멀다 하고 롤링 인 더 딥~”

떼창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안전벨트에 묶인 상태에서 최대한으로 움직이며 춤을 추고 핸들을 잡은 그녀도 허리, 어깨, 목으로 사정없이 리듬을 탔다. 4인방이 아니라 5인방이 되는 순간이었다.

“롤린 롤린 롤린~ 헤이! 롤린 롤린 롤린~~~~!!!”

가사도 굴러가고(롤링), 노래를 부르는 5인방의 기분도 굴러갔다. 오우예~!


“올라가!”

“꺄아아아악!!! 두 명씩 올라가자! 차례대로!”

차 지붕으로 상반신을 내민 아이들. 차가 없는 샛길에서 잠깐 맛보는 카 어드벤처다.

“끼야아아아악!”

“지옥의 라이딩이다!!!”

“으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꽉 잡아!!!!”

“엄마야아아아아!!!!!”

“내려올 거야?”

“아니요!!!! 너무 재밌어요!!!!!!!”

“더 세게 간다 잘 잡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의자에 앉아있는 우리도 무서워요!”

“그런데 완전 재밌어요!!!!”

차 위에 올라갔던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삼발이 되어 꺌꺌 거리며 웃었다. 지옥의 질주를 했던 그녀의 얼굴에도 세상 만족스러운 웃음이 가득했다.

"우리 이것만 계속하고 놀면 안 돼요? 놀이 공원에 온 거 같아요!"

"맞아요! 이게 제일 재밌어요!"

"내가 힘들어 내가. 니들이 운전할래? 나도 좀 올라가게. 운전이 더 무서워~ 오늘은 여기까지!"


노래를 끄고 김밥 집 앞에 도착했는데 혜진이(가명)가 물었다.

“이모, 지금 남편 말고 남자 친구 있었어요?”

“어.”

“진짜요? 남자인 친구 말고요.”

“사귄 남자 친구? 몇 명 있었어.”

“와! 대박!”

“저 태현이(가명)랑 사귀고 있었는데 걔가 양다리 걸쳐서 헤어졌어요.”

“뭐? 태현이가? 혜진아, 잘 들어. 너 지금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 너희 반에 남자애가 네 명인데 그중에 그래도 태현이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내가 보기에 태현이 별로야~”

“왜요? 잘 생겼잖아요.”

“못 생긴 건 아니지... 그런데 더 잘 생긴 애들이 많아. 네가 딴 애들을 못 봐서 그래.”

“어... 태현이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거 같은데요?”

“안 듣고 있잖아. 그리고 양다리가 뭐냐~ 도덕적 관념이 없잖아. 그런 애 좋아하면 너 마음 다쳐. 쳐다도 보지 마!”


“배고파요~~”

“그래, 김밥 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다섯 명이어서 들어가지는 못 하겠다.”

(들어갔다가 나옴)

“자, 더우니까 사이다부터 마실까? 조금 기다리래.”

“아아악! 사이다! 우리 엄마는 못 먹게 하는데!!! 이모 최고!!!”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오예!!!”

(아이들에게 사이다를 따라준 후 자기 몫의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시는 그녀)

“이모 탄산 너무 잘 마시는 거 아니에요? 이거 목 따가워서 그렇게 먹기 힘든데? 우와!”

“목말라서. 너도 해봐. 계속 마시다 보면 안 따가워.”


“그런데 동생들한테 좀 미안하네. 우리만 이렇게 놀아서.”

“맞아. 알면 부러워할 텐데.”

“오늘은 동생들 좀 버리자.”

“네?”

“오늘은 그냥 친구들이랑 노는 날이야. 언니도 동생도 엄마도 없이.”

“예에!!! 너무 좋아요!!!! 스트레스 없이!!!!”

“맞아! 우리도 스트레스 푸는 날이 있어야지!”

“동생 있으면 너무 귀찮아!”

“언니가 더 싫어!”

“안 그래도 너희 엄마가 민지(가명)가 같이 놀고 싶어 한다고 와도 되냐고 하길래 안 된다고 했어.”

“그래도 돼요?”

“돼. 오늘은.”

“완전 좋아요!”

“우리 매주 수요일에 이렇게 놀면 안 돼요?”

“매... 주?”

“스트레스 풀리고 너무 좋아요! 오늘 너무 늦게 만났잖아요! 다음 주에는 좀 빨리 오세요.”

“야 오늘도 너희 엄마들한테 허락받느라고 힘들었는데 매주?”

“네, 매주! 해야 돼요!”

“알겠어. 그럼 일단 방학 때 까지 매주! 오케이?"

"오케이!"


우리는 김밥을 먹고 예쁜 서점에서 책을 좀 보고 다시 바다로 갔다. 이번에는 몸을 사릴 것 없이 막 뛰어 들어가 머리끝까지 적시고 놀았다. 그녀는 세상 자유롭게 노는 4인방을 보며 그녀의 영혼이 풀어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피곤해서 가물거리는 눈을 감고 모래사장에 사르르 누우며 생각했다.


‘매주 수요일.... 미친 듯이 놀아보자 얘들아.... 아! 재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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