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끝들

by A록

스물여덟 살의 사촌 여동생이 남자 친구와 여행을 왔다고 해서 같이 만나서 밥을 먹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는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져 3시간 반을 운전을 해서 먼 곳에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에 음악을 듣다가 몇 번의 ‘연애의 끝들’이 생각났다.


중학생 때 제일 처음의 그 끝은 나의 베개를 흠뻑 적셨고 그다음의 끝은 오빠에게 소주 심부름을 시켰고 (반 잔 겨우 마시고 다 버렸다... 왜이케 쓴 거야...)

이십 대가 된 후의 끝은 그 직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 불안증세가 너무 심하게 와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덜덜 떨며 친구와 통화를 했다.

세상이 끝난 기분.

몸만 살아있고 영혼은 새까맣게 타서 죽어버린 기분.


길거리를 걷다가 발라드 음악의 한 소절만 들어도 그 자리에 발이 묶인 채 서서 눈물을 주룩 주룩 흘렸고,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려다가 갑자기 터져 나오는 울음에 내가 놀라고 당황해서 입을 막았다.


친구와 후배와 선배들이 나를 실컷 울게 해 주려고 돌아가면서 발라드 음악을 크게 부르고 나는 미친 듯이 울면서 소리치던 날이 있었고


이십 대 후반의 한 끝은 너무 강렬해서 땅이 자꾸 출렁거리고 속도 울렁거리는 바람에 겨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맨밥에 고추장이기도 했던, 그 사람이 없는 세상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가능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애쓰며 오로지 내가 하는 것은 달리고 걷고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 밖에 없었던 날이 있었다.

괜찮은 척하는 얼굴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내 손을 잡으며 “너 괜찮아?” 묻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서 음식점에서 엉엉 울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던 날도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아팠던 시간들.

영혼은 종말 했는데 몸은 살아서 내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야 했던 잔인하리만큼 힘들었던 시간들.

오늘은 음악 한 곡에 그 고통들이 어렴풋이 가슴을 파고든다.


어떻게 그렇게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절벽에서 눈을 감고 뛰어내리듯이 한 사람을 향해 다이빙을 하고 꿈같은 수영이 끝나면 피 같은 땀을 흘리며 다시 절벽을 타고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또다시 다이빙을 하고...


젊은 시절의 내가 참 대단하다. 그리고 대견하다.


그 음악 한 곡은 다름 아닌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아프진~ 않니~ 많이~ 걱정돼~ 행복하겠~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게~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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